서문 중에서..
나는 잠자리가 좋다. 내 눈에는 잠자리가 아름답고 신비하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다 왜 마흔이 넘은 아저씨가 잠자리를 하는지 신기해하고 궁금해 하였다. 그때의 내 대답이었다. 날씬한 몸과 화려한 색에 반짝이는 큰 눈, 투명한 날개로 너무도 자유자재로 나는 모습은 땅위에 꼼짝없이 붙어사는 인간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모습이었으며, 이러한 모든 것들은 어린 시절의 나를 매료시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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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잠자리는 사람의 발길을 싫어한다. 이런 녀석을 찾아 인간의 손이 덜 닿은 오염 덜 된 자연환경을 찾아가면, 오로지 자연과 나만 남게 된다. 내 머릿속의 세상근심은 멀어지고 이 시간은 내 정신과 영혼에 안식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이 책을 보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는 자연보호, 생태보호 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나라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며 온 나라는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창출에 혈안이 되어, 계곡, 하천, 습지 등 귀한 자연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하는 것이 가속화되었다. 4대강 사업은 한반도의 잠자리를 포함한 귀중한 생태계를 박살내었다. 계곡과 하천에는 시멘트 제방을 만들어 시멘트 독으로 다 죽여오고, 온갖 음식점들이 들어서 갖은 쓰레기 버리는 것도 모자라, 펜션과 주택 짓기 까지 허용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계곡과 하천은 거의 없어졌다. 생명의 보고인 습지는 가만 두고 보지 못한다. 모기 생긴다고 바로 메워 버린다.
미국생활 8년과 동남아의 잠자리생태를 보며 많은 비교를 하게 되었다. 동남아의 열대, 아열대 지방은 원래 생태계가 다양하지만 아직 개발이 덜 된 이유도 있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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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연, 생태,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렇게 나가면 미래의 한국은 그야말로 시멘트 독으로 가득한 빌딩숲에서 인간만이 득시글대는 도시국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자연계의 생명들이 없어진 세상은 인간에게도 절대로 좋은 환경이 될 수 없다.
자연에 손대는 것, 자연환경에 계획과 인공적인 터치가 가해지는 것, 이 것 자체가 자연파괴란 인식이 진정한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자연보호 철학이다. 그런 날이 우리나라에도 오길 바라며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