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IMF와 디지털 혁명으로 무엇이 변화했나?
출판평론가 한기호의 칼럼으로 만나는 21세기 대한민국
21세기에 출판은 아날로그 문명에서 디지털 문명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무수한 혼란을 겪었다. 칼럼에는 그런 혼란의 시기에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흔적이 역력하게 드러난다. 앞으로 우리는 그러한 혼란에서 벗어나 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만 한다.
_ 머리말 중에서
20년 동안 써온 출판평론 칼럼을 그러모으다
1982년 출판계에 발을 들인 후 편집자에서 영업자로의 인생길을 걸어온 저자는, 1990년대 말부터 <기획회의>에 이어 <학교도서관저널>의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출판계 환경과 독서 문화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20여 년에 걸쳐 쉼 없이 써온 칼럼이 증명한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IMF와 디지털 혁명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그에 따라 경제가 어려워져 처세서가 유행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개천에서 용’ 날 수 없게 됨을 알자 ‘소확행’ 관련 책을 읽으며 자기만족을 얻는다. 더불어 디지털 혁명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검색 독서로까지 나아가며 읽기 또한 여러 번의 혁명을 경험한다.
이처럼 20세기 말에서 21세기에 걸쳐 각종 매체에 오랫동안 연재됐던 저자의 칼럼을 통해 특정한 사회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시대가 바뀜에 따라 우리 시대의 인간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그들의 생활방식과 가치 등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칼럼으로 만나는 21세기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인
『책으로 만나는 21세기』 각 부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10년 단위로 나눠 매체별로 구성했는데, 연재 시작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1부인 1990년대 끝부분에 2000년대 칼럼이 속하지만, 매체별 칼럼에 따라 성격이 다른 관계로 같은 매체의 글을 다른 부에 쪼개 넣지는 않았다.
각 부를 시대 순으로 구성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여 년에 걸쳐 매주 거의 2~3꼭지씩 작성해온 칼럼을 시대 순으로 정리해보니, 그간 나왔던 책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변화 과정과 그 안의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칼럼의 주제는 책이었으나, 긴 세월에 걸쳐 계속된 칼럼을 이어보니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인의 민낯이 저절로 떠올랐던 것이다.
1990년대 말 IMF를 경험한 대한민국은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갖고 돈을 벌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모든 것이 가득했던 시대를 뒤로한 채 선 대한민국인은 외로움, 불안, 우울, 허망함 등을 안고 살았고, 그토록 갈망하던 돈은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무작정 돈보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사는 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혼자서 기쁨을 얻고 모든 것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제는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의 힘으로 이 시대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차례이며, 이제는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은 세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저자가 700여 쪽에 걸쳐 책과 출판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며 그 시대의 생활상과 인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이유 또한 이 말 속에 있지 않을까.
혼란의 시기, 새로운 책의 가능성을 열어가자
20여 년 동안 칼럼을 써온 저자는 시대는 계속해서 혼란스럽지만, 그렇기 때문에 책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고, 출판인들에게는 그 가능성을 열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시대에도 책은 변함없이 존재했고, 그 쓰임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 출판시장 자체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 가능성과 가능성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인간의 힘을 믿기 때문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칼럼을 써내고 있다. 한 사람의 작은 의견이지만, 그 의견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된다면, 세상을 밟아나가는 지표가 된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책으로 만나는 21세기』는 출판평론가의 칼럼 모음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인,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출판계에 대한 20년간의 쉼 없는 기록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그려나갈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