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갓난아이는 울음이나 웃음 또는 옹알이로 외부환경과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그리고 성장함에 따라 체계적인 방식의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습득한다. 일상적인 구어체부터 시작하여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그럴 듯한 문장을 만들어 쓸 수 있는 문어체도 익히게 된다. 그렇지만 되돌아보면 우리의 모국어인 국어는 대부분 부지불식간에 습득되어 언제부터, 어떻게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국어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접하게 되는 영어의 학습과정을 생각해보자. 단어, 어순, 문법 등이 국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학습방법도 다르다. 우리는 국어의 문법이라는 것을 거의 배운 적도 없고 단어를 소리 내어 외워본 기억도 별로 없지만 영어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기까지 한다. 이처럼 후천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일은 갓난아이가 엄마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는 모국어를 익히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 영어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익혀야 하는 또 다른 언어가 있다. 소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유자재로 읽고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언어는 다름 아닌 회계會計, accounting이다. 회계는 언어인 동시에 그 언어를 통하여 전달되는 정보이다. 특히 회계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의 필수불가결한 언어이다. 기업의 활동을 순수한 문어체나 구어체로 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기업의 활동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의사결정을 도와줘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업의 여러 활동을 요약하고 있는 정보를 읽을 수 있어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회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본서는 회계를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집필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노력과 인내가 좀 더 쉽게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국어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던 것처럼 본서는 회계라는 새로운 언어를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이해 위주로 설명하여 불필요한 암기를 최소화하였다. 구체적으로 본서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해위주의 체계적인 구성
기초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중요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여 자연스럽게 회계의 기본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예컨대 제2장에서 회계등식을 이용하여 거래를 기록하고 재무제표를 만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계정과 분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3장에서 설명한 점, 서비스기업의 회계순환에서 한 단계 나아간 상품매매기업의 회계순환을 바로 이어 제5장에서 다룬 점, 그리고 이를 기초로 다시 제7장 재고자산에서 좀 더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룬 점 등은 모두 이러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2) 회계원리 수준에 맞는 쉬운 구성
한 학기에 마칠 수 있는 분량으로 내용을 구성하였으며, 특히 원리 수준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다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상당수의 회계원리 교재가 지나치게 수준이 높거나 분량이 많아 자칫 시작부터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굳이 원리에서 다루지 않아도 될 내용은 과감히 버리고 필수적인 주제와 기초 개념을 위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하였다.
(3) 예제와 연습문제에 대한 단계별 풀이과정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는 예제를 제시하여 학습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각 장의 후반부에는 유사한 연습문제를 제시하여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모든 문제에 대한 단계별 풀이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여 학습자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본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회계원리’가 처음 출간된 것이 2006년의 일이며 그 이후2009년부터 지금까지 ‘친절한 회계원리’라는 서명을 이어오고 있다. 여러 번의 개정판이 있었지만 ‘친절’의 마음이 변한 적은 없었으며 이번에 출판사를 변경하고 서술과 편집방식을 크게 바꿔 새롭게 출간한 것도 같은 취지이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특히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위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도서출판 탐진의 최재범 사장님과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강의 교수님들의 의견과 조언을 기대하며 앞으로 더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
2019년 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