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을 오랫동안 다니면 그 여행의 초점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 초점은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종교로, 아시아, 유라시아, 유럽, 남미의 지역으로, 도시에서 시골로, 새로운 신시가지에서 낡은 구시가지로, 관광 명소에서 옛 사람의 삶터로 교차되면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독특성을 찾아가는 것으로 변화해 간다. 그 과정에서 ‘배낭에 문화를 담다’(2012), ‘이슬람에게 공존을 묻다’(2013), ‘배낭여행’(2014), ‘겨울바다여행’과 ‘이국의 해변을 담다’(2016), ‘오래된 미래도시를 찾아서’(2017) 등을 신문에 연재하기도 하고, “배낭에 문화를 담다”(2015년), “이슬람에 두고 온 이야기”(2016년) 등을 책으로 묶기도 했다. 현재는 ‘남방 불교사찰 순례기’를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도시재생이 여행 초점의 하나가 된 것은 2007년부터이다. 그해 도시 재생에 관한 용역 연구를 하면서 그 사례로 일본 나가사키와 말레이시아 말라카를, 이후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분명히 구별되는 유럽지역, 남미지역으로 여행이 이어졌다. 10여 년간 여행의 결과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사례’, 혹은 ‘근대(이전) 도시의 문화예술적 재생 사례’를 쉽게 풀어 쓰고자 신문에 연재한 것을 다시 묶은 것이다.
그 도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도시들은 G20(선진 7개국과 신흥공업경제지역 12 국가)에 속한 곳이 아니다. 막대한 경제적 지출로 문화예술 관련 빌딩을 건축하지 않고 옛 문화를 복원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전혀 상관없이 문화예술가들이 이루어낸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 근대사에 연관되어 있으면서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된 멕시코 유카탄 반도, 개인의 희생으로 문화예술의 자산을 일군 인도네시아 우붓은 예외로 다룬 도시이다. 또한 그 도시들은 그 역사가 근대 이전에 형성되어 발달해온 곳으로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완전히 분리된 지역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구시가지에는 그 도시만의 독특한 정체성과 문화예술의 역사가 남아 있다. 그 정체성과 역사가 관광 명소로 되었든 아니든, 그것들을 이어주는 스토리텔링은 여행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다만 근대 이후에 형성된 뉴질랜드의 도시들 가운데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파괴된 도시를 문화예술을 통하여 재건한 곳은 예외로 다룬 도시들이다.
스스로 만든 이러한 기준으로 신문 연재를 하는 과정에 몇몇 독자들이 왜 동남아시아를 다루지 않는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도시의 형성에 관한 학술적 설명을 일단 젖혀 놓고 동남아시아 도시들, 신흥공업경제지역 국가에 속하는 인도네시아 우붓, 말레이시아 페낭, 미얀마 응아빨리, 베트남 후에 탄 토안 마을, 태국 난을 다루기로 했다. 그 공통점은 시민이나 문화예술가의 개인적 열정과 노력에 의해서 일구어진 문화예술자산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특정 예술운동으로 지역이나 도시, 국가를 대표하고 있다.
문화예술로 재생한 오래된 미래도시를 다닐 때마다 길잡이이나 동행이 되기도 한 나그네 여행자들이 있어 여행은 언제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길에서 쉬지 않고 이어진다. 결코 잊히어 지지 않지만 다시 만나질지 모르는 여행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