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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장할 그리움

이 환장할 그리움

  • 김부배
  • |
  • 서영
  • |
  • 2019-01-30 출간
  • |
  • 156페이지
  • |
  • 137 X 210 X 11 mm /275g
  • |
  • ISBN 9788997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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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김부배 시인의 첫 시조집 출간을 축하하며

김부배 시인은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여행사를 경영하고 있는 사업가이자 줄기차게 시, 시조, 수필 등을 창작하는 열정적인 작가이다. 그녀는 2015년에 제1시집 [첫사랑]을, 2016년에 제2시집 [사랑의 콩깍지], 2017년에는 제3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를 각각 펴냈다. 다시 2년 만에 제4작품집이자 첫 시조집 [이 환장할 그리움]을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히 창작 활동을 펼쳐 나가는 모습, 그 성실성 앞에 우리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김부배 시인은 지난 4년 동안 아프리카tv의 “낭만대통령의 문학토크”에도 빠짐없어 들어와 한 달에 평균 20여 편의 시와 수필과 시조를 써서 발표하고 있다.
신앙으로 무장한 세계관,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 일상에 늘 긍정적인 태도, 늘 도전하는 인생관, 전진하는 자세, 겸허함과 성실성과 인내심을 밑거름으로 한결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서 찬탄을 자아내고 있다.
김부배 시인의 제1시집 [첫사랑]에서는 내면의 세계, 즉 외로움, 쓸쓸함, 적적함 등을 주로 다뤘다. 현모양처로서의 삶도 이어오고 있고, 간혹 자유롭게 해외여행도 다니고 있는 그녀에게 왜 이런 감성들이 찾아든 것일까. 내면의 외로움, 쓸쓸함, 적적함 등이 원동력이 되어 시 창작의 열정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제1시집의 세계는 내면의 감성 토로가 시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한 감성으로 바라본 산과 하늘과 역사와 추억의 세계를 다루면서, 시심의 보드라움과 고요, 낭만과 자유, 진정한 행복, 삶의 가치, 진정 아름다운 삶 등등의 세계를 시적 형상화해 놓고 있다.
김부배 시인의 제2시집 [사랑의 콩깍지]에서는 자유시와 단형시조와 연시조를 오가며 펼치는 다채로운 시적 형상화, 그 오솔길을 걸으며 시적 화자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시 세계가 참 아름답고 싱그럽다. 시적 화자는 이런 감성을 독자들에게 여러 각도로 제공해 주고 있다. 섬세한 감성의 길로 안내하는 이미지, 구상과 추상의 조화로움 속에 자리하는 긍정의 힘, 외로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다채로운 감성의 배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시심의 꽃, 줄기차게 펼쳐 나가는 시 창작의 열정, 독자들을 감동시킨 오솔길, 그 오솔길을 걷게 해주고 있다.
이렇듯 제2시집에서 더 한층 성숙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김부배 시인의 제3시집 [그리움의 언덕에 서다]에서는 우선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 지각적 이미지의 입체화를 통해, 새로운 해석학에 도전하고 있고, 되도록 새로운 각도로 내면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시어들을 동원하지 않고도, 일상의 흔한 언어들을 활용하고도 얼마든지 시적 형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그 길을 확연히 보여 주고 있었고, 비교적 절제된 함축미를 통해, 길게 서술되어 풀어져 있는 시들이 흔한 이 시대의 시단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던져 주고 있다. 시는 시다워야 한다고.
산문 정신에 기초한 장르가 아니라, 운문 정신과 치열한 시정신과 이미지와 낯설게 하기에 기초한 장르가 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여겨진다.

김부배 시인의 꾸준한 창작 열정과 중단 없는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기 시작하여, 충주문학관 문학상 장원, 안양 창작시 문학상, 지구사랑 문학상, 서울 지하철 문학상, 신사임당 문학상, 샘터 시조 문학상, 국립공원 슬로건 공모전, 부산문화글판 공모전, 하인리히 하이네 문학상, 큰여수신문 문학상, 향촌 문학상, 한민족문예제전 문학상, 이준 열사 문학상, 여강 시가 문학상, 시인이 되다 문학상, 월계관 문학상 등을 수상하는 기쁨을 안게 되었다. 이렇듯 연이은 문학상 수상 소식들은 김부배 시인의 시 창작 방향이 올바로 설정되어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하겠다.

김부배 네 번째 작품집 [이 환장할 그리움]은 놀랍게도 시조집이다. 시인으로서 자신의 시조집 한 권 갖는다는 건 꿈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연 여기서는 또 어떤 시 세계를 펼치고 있을까.

한평생 울음 터진 밤길을 꿰매면서
헤지고 뒤엉키어 버겁게 감긴 물살
여러 겹 덧댄 박음질 주름 잡힌 그리움.
- [바느질] 전문

샘터 시조 문학상 수장작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한평생 순탄한 인생길을 걸어온 것 같지 않다.
울음 터진 밤길을 꿰매 온 인생, 숱한 시련과 역경이 수시로 닥쳐와 괴롭혔을 인생, 마치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아온 듯하다. 때론 헤지고, 때론 뒤엉키고, 때론 버거워 삶을 포기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그런 아픔과 고통이 버겁게 감긴 물살이 수시로 목덜미를 움켜잡고 발걸음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먼먼 훗날 되돌아보니, 여러 겹 덧댄 박음질에 주름 잡힌 그리움만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인생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견디어 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추억들은 어느 날 아름다운 시처럼 보일 수 있을 테니까. 인생을 내려다보며,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가슴에 안기게 하는 이 시조는 정형 율격을 지니면서, 독자의 품속으로 따스이 다가가고 있어 좋다.

에이는 숨소리가 가슴속 무게만큼
똬리 튼 아릿함을 진종일 꺾어 간다
으스스 허옇게 내린 서릿발도 슬픈 날.
- [이별]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이별로 인하여 가슴이 아프다. 에이는 숨소리가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 무게만큼 똬리 튼 아릿함이 일상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그래서 그 아릿함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하나 하나 꺾어 간다. 진종일 거기서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창밖에는 허옇게 서리가 내려 있다. 그 서릿발이 더욱 마음과 가슴을 시리고 아리게 한다. 그래서 더욱 슬픈 날이다. 이별의 세계를 이미지로 선명히 그려내고 있다. 내용은 슬프지만, 이미지는 아름답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별, 아름다운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 시심의 가치는 이토록 세상의 추하고 시리고 아린 것들을 미의 가치 속으로 끌어당겨 우아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어 내보이는 건 아닐까. 이게 시조의 존재 가치는 아닐까. 김부배 시인은 이를 시적 형상화로 답을 내놓고 있다.

움츠림 활짝 펴서 갓 틔운 첫 풍경들
가녀린 운율들로 가득찬 봄빛 타령
환장할 그리움 섞어 깊은 향기 나눈다.
- [봄길에서]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모습을 활짝 펴서 갓 틔운 어여쁜 풍경들, 비록 가녀린 운율로 가득차 있지만 생동감 넘치는 정경, 그 안의 봄빛 타령이 흥겹고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그런데 가슴 한켠에서 솟구치는 그리움이 문제다. 그것도 환장할 그리움이다. 아무리 잠재우려 해도 꿈틀거리고야 마는, 아무리 짓누르려 해도 솟구치고야 마는, 아무리 숨죽이려 해도 향기를 내뿜고야 마는, 환장할 그리움, 어쩌란 말인가. 이게 바로 삶의 생기이자 삶의 가치이자 존재 이유일지도 모르잖는가. 할 수 없이 봄빛 타령은 이 환장할 그리움을 받아들여 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태어난 깊은 향기, 사랑에게도, 봄빛에게도, 봄풍경에게도, 그리고 내 님에게도 나눠 준다. 멋스런 시심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단형시조, 그 맛과 멋이 한결 독자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우륵의 현을 타고 찬란히 뻗어 나간
구성진 중원 문화 하늘 땅 푸른 꿈결
그 옛날 향기롭던 곳 그리움에 물든다.
- [충주호]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충주호를 관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우륵의 현을 타고 찬란히 뻗어 나간 풍경, 구성진 중원 문화가 자리한 곳, 하늘과 땅과 푸른 꿈결이 어우러져 있는 곳, 그 옛날 추억과 역사와 전설이 향기롭던 곳, 이 신비로운 정경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와 독자는 어느덧 그리움에 물들고 만다.
시조는 이토록 공감의 영역을 넓혀 가는 장르이다. 감성의 세계, 민족의 얼, 이웃의 아픔, 역사의 향기 등을 이미지 안으로 끌어당겨 함께 맛보고 함께 즐기고 함께 향유하는 문학, 그것도 리듬과 손잡고 한바탕 흥겨운 춤마당을 펼친다. 그러면서 분열되었던 감성, 깨져 버린 민족성, 흩어진 애국심도 한데 모을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김부배 시인은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며 느낌 감성의 세계를 시조라는 율격 위에 초가집 짓듯 시적 형상화를 잘 이뤄 놓고 있어, 멋스럽다.

비켜선 그리움을 쓸쓸히 삼켜대며
사랑꽃 피워놓고 당신을 기다리니
통째로 불어난 추억 달빛 젖어 시리다.
- [이별 후에]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비켜선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 대면하면서 갈등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갈등은 예외 없이 가슴속을 질타하고 괴롭힌다. 결국 그 그리움을 쓸쓸히 삼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순간 피어난 사랑꽃, 그 꽃은 함박꽃처럼 마음속에 가득차 있다. 그리고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자 통째로 불어난 추억이 마당을 서성이고, 그 추억은 달빛에 젖어 시리다. 섬세한 감성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미지가 빚어낸 감성의 아름다움이 독자에게 소르르 다가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추상(그리움, 쓸쓸히, 사랑꽃, 추억)과 구상(비켜선, 삼켜대며, 피워놓고, 기다리니, 통째로 불어난, 젖어, 시리다)의 조화로움도 돋보인다. 단순 서술에만 그치는 시조에 비해 한층 격조가 높아 독자의 눈길이 따사롭다.

아홉 번 꺾인 관절 추위에 질긴 목숨
연보라 꽃잎으로 휘감은 추억 자락
펼쳐 논 고요의 숲에 황혼빛이 내리네

가슴속 태울수록 속 깊은 산모롱이
눈멀 듯 굽이 굽이 바람에 묻어온 비
은은한 보랏빛 향기 마음 가득 흔드네

스치는 눈웃음엔 물소리 흘러가고
헹구는 묵은 시름 푸르게 마주하면
그대는 영원한 사랑 그 향기만 떠도네.
- [구절초] 전문

‘큰여수신문 문학상 수상작’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구절초를 가까이 관찰하고 있다. 구절초라서 아홉 번 꺾인 관절, 추위에 질긴 목숨, 연보라 꽃잎으로 휘감은 추억 자락을 지니고 있다. 그 꽃이 오늘은 황혼빛이 내리고 고요가 펼쳐진 숲에 피어 있다. 그것도 속 깊은 산모롱이에 피어 있다. 눈멀 듯 굽이 굽이 비바람 속에서도 은은한 보랏빛 향기로 마음 흔들며 서 있다. 스치는 눈웃음엔 물소리 흘러가고, 묵은 시름은 헹구어 푸르게 마주하며, 그대의 영원한 사랑처럼 향기 안고 서 있다.
구철초가 서 있는 정경, 그 정경 안에 서 있는 구철초가 마치 연인처럼 정겹고도 애틋하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정겨운데,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눈물겹고 애절하다. 왜 그럴까. 왜 한 시조 속에 이런 이중 감성이 존재하는 걸까. 이미지의 그릇 속에 담기는 감성이 왜 이처럼 다채로울까. 이 길이 시조가 가는 길은 아닐까. 점점 쇠약해져 가고 삭막해져 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감성의 진액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시조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이 시조는 그걸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앞산에 쓰르라미 울음이 넘어오면
복더위 헐떡이는 멍멍이 긴 혓바닥
흐르는 우물가 찬물 할짝할짝 핥는다

어머니 젖가슴에 흐르는 빗물처럼
끈적한 땀방울의 짭조름 그 손맛이
막 쪄낸 호박잎에 싼 강된장 맛 그립다

서해안 바닷내음 한밤중 적셔 오던
그날이 어제 같은 한줌의 추억들만
무더운 한여름 밤에 별빛 가득 스민다.
- [향수] 전문

‘여강 시가 문학상 수상작’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고향으로 눈길을 향한다. 앞산엔 쓰르라미가 울고 있고, 멍멍이는 복더위에 긴 혓바닥 내놓고 헐떡이다 흐르는 우물가의 찬물을 할짝할짝 핥고 있다. 그 정경 뒤로 어머니가 떠오른다. 막 쪄낸 호박잎에 싼 강된장 맛이 미각적 이미지로 자리한다. 그 손맛을 어머니 젖가슴에 흐르는 빗물처럼 끈적한 땀방울의 짭조름한 맛으로 표현하고 있다. 청각 이미지(쓰르라미 울고, 할짝할짝)와 미각 이미지(핥는다, 짭조름 그 손맛, 강된장 맛)와 기관감각 이미지(헐떡이는)와 촉각 이미지(젖가슴에 흐르는, 끈적한, 적셔 오던, 스민다)와 시각 이미지(흐르는 빗물, 땀방울, 막 쪄낸 호박잎, 한여름 밤, 별빛 가득)의 절묘한 입체감이 시의 맛을 보다 깊게 해주고 있다.

무더운 한여름 밤 흔들린 끝자락에
쓸쓸한 소슬바람 담장에 풀어놓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향수 속에 젖는다

다가온 달그림자 우아한 손짓으로
속울음 파고들어 발자국 찍어 갈 때
사랑은 거짓말처럼 꿈 하나씩 낳는다

추억의 담벼락에 선홍빛 눌어붙어
슬픔의 그 외로움 얼마나 절절하면
아쉬운 한 생애 끝에 내 사랑을 지울까.
- [능소화]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한여름 밤 끝자락에 향수에 젖어들고 있다. 소슬바람은 담장에 불고 있고, 가을이 오는 길목은 쓸쓸하기만 하다. 달그림자는 우아한 손짓을 하지만 가슴속은 속울음 울고 있다. 사랑은 발자국 찍어 갈 때 거짓말처럼 꿈 하나씩 낳는다. 그런들 무엇 하겠는가. 추억의 담벼락엔 저리 선홍빛이 눌어붙어 있는 것을. 슬픔의 그 외로움이 얼마나 절절했으면, 아쉬운 한 생애의 끝에서 이토록 사랑을 지우려고 하겠는가.
능소화를 통해, 시적 화자의 내면을 토로하고 있다.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추억으로만 남게 되고 말았다. 그 아픔과 그 외로움과 그 애틋함이 이미지로 잘 그려져 있다. 이 시조 역시 우아한 미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 그릇 속에 인간의 다채로운 감성을 담아 요리하고 있다. 이 잘 요리된 감성은 거칠어진 독자의 식탁에 올려져 한 입 한 입 떠먹여질 것이다.

하얗게 타는 입술 보일 듯 말 듯하여
돌아서며 묻어 버린 추억의 뽀얀 속살
정갈한 가슴속 열어 곱게 빚은 그리움

보고픔 깊게 내려 짜릿한 가지 끝에
애타게 기다리며 서서히 달아올라
눈물로 우려낸 영혼 태워 보는 몸부림

서리가 밀려들어 고단한 삶의 행로
햇살로 녹여내여 살포시 마음 채워
뜨겁게 울음을 찍다 피워 무는 설레임.
- [백목련]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백목련 속으로 들어가 하나되고 있다. 하얗게 타는 입술, 추억의 뽀얀 속살, 정갈한 가슴, 거길 열어 곱게 빚은 그리움, 이게 바로 백목련이다. A=B 메타포를 활용하여 백목련을 그리움으로 곧바로 환원시켜 놓고 있다. 이 그리움은 보고픔을 깊게 내려 짜릿한 가지 끝에서 애타게 누군가를 기다린다. 서서히 달아올라 눈물로 우려낸 영혼, 이 영혼을 태우고야 마는 몸부림, 이게 백목련이다. 사랑이 열매 맺어 가는 그 과정이 순탄치가 않다. 서리가 밀려들어 삶의 행로가 고단하고 벅차다. 하지만, 그걸 햇살로 녹여내고 살포시 마음을 채워 나간다. 그런데도 뜨겁게 새어나오는 울음을 어쩔 수 없다. 그 울음을 찍다 피워 문 설레임, 그게 바로 백목련이다.
은유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시가 되어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시가 가질 수 있는 묘미, 맛, 멋스러움, 이미지의 활용과 가치 등을 한꺼번에 학습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보고픔 휘감고서 벼랑길 타고 올라
봉긋이 꽃피어나 그리움 품어 안고
첫사랑 수줍음처럼 몰라 몰라 어쩌나

기다림 머금다가 속울음 터뜨리며
앞세워 전하려는 그 고백 아셨을까
수십 년 살아가면서 기다렸던 사랑아.
- [영춘화] 전문

이 시조에서의 시적 화자는 영춘화를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토로하고 있다. 보고픔 휘감고 벼랑길 타고 올라가 봉긋이 꽃 피우는 영춘화, 어쩜 그리움 품어 안고 사는 듯하다. 시적 화자의 첫사랑, 그 수줍음처럼 피어 있는 모습, 부끄러워 어쩌나, 몰라 몰라. 마치 시적 화자의 첫사랑과 수줍음을 들켜 버린 듯하여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기다림만 지루하게 앞을 가로막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속울음 터뜨리고야 마는 영춘화, 앞세워 전하려는 그 고백 알고나 있을까. 아직도 사랑하고 있음을 모르는 건 아닐까. 답답하기만 하다. 수십 년 그렇게 기다리면서 살아온 사랑아, 이제 좀 어떻게 해 보렴. 영춘화야, 너만큼은 나처럼 되지 말아라 제발. 사랑은 소통하는 거야. 사랑하고 있음을 전하고, 사랑의 응답을 받고,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이 살아가는 게 사랑이야. 영춘화야, 우린 외로이 살다 무심히 지는 낙화는 되지 말자, 부디. 하소연의 외침 소리가 벼랑길 가득 퍼지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김부배 시인의 시조들은 우선 정형 율격을 고집스럽게 지켜내고 있다. 그러면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사물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 해석의 초석은 이미지 구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감각 이미지, 특히 촉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 후각 이미지, 시각 이미지, 미각 이미지, 기관감각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선명한 감성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구상과 추상의 입체화를 통해 복잡미묘한 감성의 세계를 마치 거울 앞에 선 듯 포착해 내고 있다. 소재도 다채롭게 펼쳐놓아, 단조롭지 않고 풍요롭다. 거칠어진 감성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보드랍고 섬세한 감성의 파노라마를 선물해 줌으로써, 앞으로 인간이 나아가야 할 인간성 회복을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김부배 시인의 창작 활동은 앞으로도 활기차게 뻗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다 치열한 시정신으로,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는 상상력 확장, 우울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나아갈 깃발 제시, 부단히 발굴되는 새로운 해석학, 보다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는 리듬 배치, 인생의 의미를 건져 올려 감동의 전율로 이끄는 창작 등이 보완되기를 바란다.
김부배 시인이 앞으로 발간하게 될 시집, 시조집, 수필집, 가사문학집 등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부디 열정적인 그 창작 열기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설렘의 빛살이 가득한 황혼녘에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문학박사, 전전남대 교수,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 화가, 사진작가)


목차


1장 - 단시조의 날갯짓
2장 - 연시조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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