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뿐인 인생, 구차하게 살 것인가, 당당하게 살 것인가!
사람이 사는 방법은 그야말로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저자 이훈범은 그것을 둘로 나눈다. 범절 있게 사는 것과 범절 없게 사는 것. ‘범절’은 그가 입버릇처럼 쓰는 말인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예의범절이라고 할 때 그 범절이지만 범절만 따로 떼어 쓰는 예는 드물다. 그는 예의보다 범절에 더 관심이 있다. 예의가 태도라면, 범절은 행동이다. 예의가 어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말한다면, 범절은 몸을 움직여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범절 있는 삶과 범절 없는 삶은 곧 ‘벌어먹는’ 삶과 ‘빌어먹는’ 삶이다. 당당하게 벌어먹으면
범절 있는 것이고, 구차하게 빌어먹으면 범절 없는 것이다. 요즘 지나치게 남용되는 까닭에 다소 진부해진 느낌도 있지만 범절 대신 ‘품격’이란 단어로 바꿔도 의미가 훼손되지는 않을 터다. 품격 있는 삶과 품격 없는 삶 말이다.
범절은 품격 있는 삶을 만들어주는 연금술의 마지막 재료다. 품격 있는 삶의 도가니에는 사랑과 배려, 명예를 비롯한 많은 재료들이 이미 들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범절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진정한 품격 있는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행동 없이는 다른 재료들이 그저 겉치레에 그치는 까닭이다. 온갖 필요한 재료와 범절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완전한 결정체가 바로 품격인 것이다.
이 책은 그 품격을 완성하는 연금술 교본이다.
품격 있는 삶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르는 삶과 남이 지시하는 방향을 좇는 삶 중에서 내가 최선을 다할 삶은 어떤 것일까. 어떤 삶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되는 삶일 것인가. 삶의 품격은 그 삶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남의 품평에 좌우되지 않고, 일에 매여 보다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도 않으며, 부당한 일에 참지 않고 당당히 분노를 표출하고, 오랜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추억에 젖어보기도 하는, 그리고 답보 상태에 빠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반전이 필요한 시기라면 모든 걸 던져버리고 과감히 새 출발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바로 품격 있는 삶인 것이다.
품격 있는 삶을 사는 법
품격을 갖추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거의 품격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조금 불편하면 된다. 줄을 서는 것과 같다. 줄을 서고 있는데 남들이 새치기를 하면 손해를 보는 듯한 심정이 된다. 하지만 그까짓 거 조금 참으면 된다. 흔히 경험하지만 길이 막힐 때 이리저리 차로를 바꾼다고 결코 빨리 가지 못한다. 자칫 뒤차 운전자로부터 욕을 한 바가지 들어먹거나 사고만 낼 뿐이다. 그저 차분한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구 끼어들기를 하던 차와 나란히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분명 경험했을 터다.
다음 단계는 조금 어려운데, 첫 단계 훈련이 되면 생각보다 쉽다. 이른바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삼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일탈의 유혹을 좀 더 뿌리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유형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하는 품격 있는 행동이 누군가의 눈에 띈다면 더욱 빛나는 장면이 된다. 이것 역시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심코 한 선행이 알려져 쑥스러운 칭찬을 받게 되는 경우 말이다. 고전이 괜한 말을 하지 않는다. ‘숨기려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고, 미미한 것만큼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그래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는 것이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이다. 이게 바로 ‘신독’이다.
마지막 단계는 더 쉽다.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 시쳇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거다. 그러니 내가 싫은 건 남이 하기를 바라지 말라는 말이다. 또 남이 하는 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은 나 스스로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말은 쉬운데 실천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그래서 이를 경계하는 금언이 동서양을 막
론하고 존재한다. 공자님 말씀은 문자 그대로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즉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성경에도 나온다.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마태복음 7장 12절이
다. 힌두교의 황금률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무엇이든 당신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 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
이런 품격 3단계 훈련을 거친 사람에게 속물근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근거 없는 우월감도, 이유 없는 열등감도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모습이 불편하고 비용이 많이 들
며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큰 보상이 따른다. 품격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당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