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에 꽃이 있다』는 제목처럼 “천마산”의 “산꽃” 이야기를 한다. 천마산 생태보고서나 일반 도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독자와 함께 가볍게 등산로를 산책하며 주변의 예쁜 꽃들을 감상하고 도란도란 꽃 얘기를 나누듯, 그렇게 꾸며나간 책이다. 책에는 저자가 찍은 아름다운 사진이 한가득인데 마치 산중에서 들꽃을 마주쳤을 때의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일부러 밋밋한 도감용 사진은 가급적 배제했으며, 식물도감에서 야생화를 분류할 때 사용하는 “근생엽” “총포” “총상화서” “원추화서” 등의 난해한 용어도 쓰지 않았다. 식물도감 류와는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야생화의 보고, 천마산 꽃들 총집합
이 책은 천마산 야생화를 다루지만, 기본적인 구분을 위해 다른 식생의 꽃들과 함께 얘기를 풀어가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노랑망태버섯은 천마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하얀 색의 망태버섯은 남쪽 지방 대나무 숲에 가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노랑망태버섯을 알려면 망태버섯의 존재와 모습도 알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천마산의 명물, 너도바람꽃과 만나려면,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 뿐 아니라 천마산에 없는 변산바람꽃도 함께 봐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비슷한 식생의 꽃들 모습을 비교해가며 함께 실어야 했지만, 덕분에 들꽃 초보자들의 야생화 입문서로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천마산의 식생이 다양한 점도 입문서로서의 효과에 보탬이 될 것이다.
11개의 꽃길로 천마산을 독파한다
이 책은 천마산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천마산 구석구석을 누빌 생각도 없다. 저자 역시 보통 등산객들과 마찬가지로 등산로를 쫓아다니며 꽃을 만나고 카메라에 담았기에 등산로를 벗어나면 어디에 어떤 꽃이 피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처음에 밝혔듯이, 가볍게 산행을 하다가 꽃을 만나면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하도록 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천마산의 등산로를 11개로 나누고 꽃 얘기를 할 때마다 언제 어느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지 표시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봄꽃의 시작은 당연히 천마산계곡이다. 여름 꽃을 보고 싶다면 관리소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 정상 부근, 가곡리 임도가 좋다. 이 책에서는 고매골(호평리 계곡), 천마산계곡, 절골(천마의 집에서 천마산계곡으로 이어지는 샛길), 배랭이고개, 관리소와 천마의 집에서 정상에 이르는 능선길, 가곡리 임도 등으로 나누었다. 100퍼센트 보장은 어렵지만 시기와 장소가 맞는다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 저런 꽃을 만나고 또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이다.
꽃 하나마다 숨어 있는 사연 듣는 재미
천마산은 야생화의 보고로서 명실공히 국내 최고 수준이다. 묵현리, 팔현리, 평내호평, 금곡 사릉 어느 들머리를 통해 오르든 어디에서나 쉽게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야생화는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저자는 야생화를 보호하는 마음 또한 야생화를 아는 순간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내 경우도 그렇다. 저자는 “산을 찾기 시작한 지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애기똥풀, 물봉선을 구분한 것도 불과 10년 언저리”라고 밝힌다. 모르긴 몰라도, 그 이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꽃을 꺾거나 밟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이름을 알면서, 한 송이 한 송이가 그에게 모두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도 자주 꽃을 만나고 꽃 이름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느 꽃이 봄꽃이고 여름 꽃인지 알고, 어느 꽃의 사연이 아름다운지, 어느 꽃이 멸종 위기인지 구분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점현호색은 고매골, 단풍길 샛길에선 가지더부살이
천마산은 식생이 특이해서 계절에 따라 꽃 피는 위치가 서로 다르다. 봄꽃이 가장 유명한 곳은 천마산계곡이지만 그 밖의 지역들도 시차를 두고 각기 특색 있는 들꽃 군락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천마산계곡은 처녀치마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절골길은 얼레지 군락이 발달했다. 천마산의 자랑거리 점현호색을 보려면 고매골이 가장 좋은데, 이곳에서도 노루귀 청색과 분홍색, 흰색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천마산 임도는 봄, 여름, 가을 언제 가도 이런저런 꽃들이 반겨준다. 저자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길은 천마산에서도 가장 독특한 식생을 보여주는 단풍골 샛길이다. 깔딱고개 위쪽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샛길이라 일반 등산로를 벗어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가지더부살이를 만나고 유일하게 천마를 만날 수 있다. 노랑망태버섯 군락이 가장 광범위한 곳도 이 길이다. 이 책에서는 꽃을 소개할 때마다 꽃길을 밝혀 꽃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천마산天摩山을 아십니까
경기도 남양주의 812미터 고산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산이 높아 손이 석자만 더 길어도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했다는 고사에서, 천마산, 즉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산림청이 지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속하며, 북쪽으로는 철마산과 주금산, 남쪽으로는 백봉, 갑산, 운길산, 예봉산까지 연계 산행이 가능하다. 예로부터 봄꽃이 유명해 3~4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야생화 애호가들이 천마산계곡으로 몰려든다. 대표적인 산행로로는 호평동–천마의 집–정상, 묵현리 관리소–깔딱고개–정상, 오남저수지–천마산계곡–정상, 마치고개–정상이 있으며, 그 밖에 사릉이나 가곡리 보광사를 각각 들머리로 하는 등산로도 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경춘선 전철을 타고 사릉역, 평내호평역, 천마산역, 마석역 어디에 내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북쪽으로 고려 초(949)에 창건한 보광사가 있으며 남쪽으로는 천마산 스키장이 유명하다. 인근에 모란미술관, 영화 촬영지, 수동 유원지, 대성리 유원지 등 여행지를 찾아볼 수 있으며, 3일과 8일에 열리는 마석 오일장도 인기가 높다. 가곡리 임도를 중심으로 현재 휴양림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