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숨소리』를 펴내며
누구나 유년시절과 청소년기의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기의 방황과 이 시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할까 막연하게 목표를 정하고 있으면서도 주어진 환경과 능력을 생각하며 좌절하던 모습은 그 시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자수성가형 인간이라면 더더욱 삶에 대한 집착과 자기 성취에 진력하고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려온 분들이다.
‘꿈’과 ‘목표’, ‘오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청소년기를 다시 바라보며 시편을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120여 편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본 내 주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함께 자라온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의 여정에서 청소년기는 짧은 순간에 불과하지만 인생의 대강으로 보면 자기성장과 도약을 위한 정말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25년 가까이 대한민국청소년문화예술대전을 개최해 오면서 만났던 청소년들이 이제 40세 이상 중년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사회의 중추가 되어 가끔 인연을 따라 만나는 인사들 중에는 그 소중한 시기에 상을 받고 자기 도전의지를 성취한 이들을 만나며 기쁨을 함께 할 때가 있다.
가끔 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온 이 시대 청소년들을 지켜보며 앞으로 이 들이 추구해갈 미래의 세상에도 자연이 있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가 있을까 자문해 볼 때가 있다. 성적 위주로 갈등하며 친구들과는 친구가 아닌 경쟁상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주도형 교육과 성과위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미래가 어둡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20여 년 전 목동에서 한문을 배운 어린이가 어학문박사가 되어 찾아온 적이 있다. 이 학생에게 한자의 부수와 글자조합을 통해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그해 여름 한자1급 급수시험에 합격하고 어머니와 청소년회관으로 찾아왔었다.
작은 칭찬 한마디가 이처럼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는 도전의 용기를 갖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은 기억의 저편에 흔적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가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격동기에 청소년시절을 살아온 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본다는 마음으로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마음이 넉넉하면 모든 일이 즐겁고 아름답고 풍요하다.
무술년(2018) 백중을 맞으며
지은이 곽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