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신생인문학연구소>에서는 인문학총서와 학술총서들을 기획출판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신승철의 『누가 방안의 코끼리를 꺼낼까?』는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원고를 선발하여 선인세를 지급하고 기획 출간한 책이다. <신생인문학연구소>는 출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강좌와 영화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영화 강좌는 매달 첫째 주 화요일 저녁 7시에 문학평론가(권택우)의 진행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에 담긴 사유나 이미지, 코드 등을 풀어본다. 인문학 강좌는 철학, 문학, 예술 등의 영역에서 분기별로 하나의 테마를 정하고 관계 분야의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생명위기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특히 기후변화, 미세먼지, 사막화, 식량 위기 등 인류와 생명을 위협하는 색다른 문제들이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과 적응, 대처법 등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등장하는 방안의 코끼리는 누구도 진실을 말하기 꺼려하는 상황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생명, 생태, 생활이라는 삼원 다이어그램을 꿰뚫는 주체성 생산의 가능성이다. 즉, 그 일을 해낼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이 책의 키워드이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1부 기후변화시대, 미래를 말하다>에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변화 상황의 현황과 이것이 초래할 사막화, 메탄가스 방출, 식량위기에 대한 해법과 성찰을 다루고 있다. <2부 모두가 난민인 시대>에서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특히 미세먼지, 젠트리피케이션,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일상의 재발견과 재창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3부 생명에 눈뜨다>에서는 산업적, 의료적 가치 등에 따라 도구화된 생명의 현주소와 이에 대한 현황과 과제 등을 다루고 있으며, 생명권 시대의 개막을 전망하고 있다. <4부 문명의 전환점에 서다>에서는 협동조합, 공동체, 생태민주주의 등을 통해서 대안의 삶을 모색하고 있으며, 문명 전반이 활력과 정동에 따라 작동하는 관계망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 책은 생명위기 상황에 대한 철학적 해석과 개념으로 그 심층에 자리 잡은 생각의 경로와 작동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문명비판서라는 특징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생태철학(ecosophy)의 구도에서 그려나가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정보나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필자의 사고실험을 토대로 색다른 사유방식을 실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철학 개론서와 문명비판서의 중간 정도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책은 ‘생명위기 시대를 넘어선 거대한 전환사회로의 여정’을 화두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