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희곡집에는, 몰리에르가 1668년 발표한 《수전노 (L'Avare)》, 그리고 1671년에 발표한《스카펭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가 실려 있다.
몰리에르 만년의 걸작으로 꼽히는 《수전노》는 고전주의 연극의 규칙과 품격을 존중하고 있는 대희극 계열의 작품이지만 산문으로 쓰였다. 오늘날 이 작품은 몰리에르의 희극 중 가장 많이 상연되고 연구된 작품으로 꼽힌다. 젊은 남녀의 사랑과 그를 가로막는 어른의 테마, 고전주의의 3단일의 법칙의 준수, 신분 인지를 통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결말 외에도 말과 제스처 및 상황에서 비롯되는 희극성이 빠짐없이 드러난다. 그 뿐 아니라 주인공 아르파공을 통하여 창조된 수전노의 전형적 인물 성격으로써 몰리에르 희극의 본령을 과시한다. 딸을 ‘지참금 없이’ 시집보낼 수 있다는 대사를 반복하거나 결말 부분, 사랑 보다는 돈 상자를 택하는 설정에서, 자동화된 성격 묘사를 통한 웃음의 효과를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스카펭의 간계》는 말년에 접어든 몰리에르가 로마 희극과 코메디아 델 아르테를 계승하여 완성한 3막 희극이다. 이 작품에서 몰리에르는 고전주의 극작의 원칙들이나 궁정에서 인기를 끌던 호사스러운 스펙타클의 발레-희극으로부터 벗어나, 다시금 민중적 웃음의 원천에 충실한 소극적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어른들의 의지에 의하여 사랑이 좌절될 위기에 처해있는 젊은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활약하는 스카펭은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스카피노(Scapino)로부터 빌려온, 책사형 하인의 인물형이다. 자신의 책략을 스스로 즐기는 스카펭의 매력은 후대 많은 배우들로 하여금 그 역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 옮긴이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