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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 에마뉘엘레비나스
  • |
  • 그린비
  • |
  • 2019-04-01 출간
  • |
  • 360페이지
  • |
  • 140 X 205 mm
  • |
  • ISBN 978897682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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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존재의 고집’으로부터 ‘타자에 대한 책임’으로 나아가는 순수하고 거룩한 가능성!

『우리 사이: 타자 사유에 관한 에세이』는 레비나스가 죽기 4년 전인 1991년에 출판한 글 모음집으로, 1951년부터 1988년까지의 레비나스의 글과 대담을 연대순으로 모아놓은 책이다. 전체성과 무한』과 『존재와 다르게 또는 존재사건을 넘어』의 시기를 포함하여 『전체성과 무한』 이전과 『존재와 다르게 또는 존재 사건을 넘어』 이후에 레비나스의 사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존재론 너머의 윤리

『우리 사이』에서는 『전체성과 무한』과 『존재와 다르게 또는 존재 사건을 넘어』 이후의 큰 주제들 즉 종교, 새로운 합리성, 예수 그리스도의 신-인간 즉 성육신 사상, 메시아주의, 고통, 정의, 사랑, 비지향적 의식, 문화, 죽음, 인권, 유토피아 등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이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것은 존재론 너머의 윤리다. 그러나 레비나스가 『전체성과 무한』 독일어판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그는 윤리와 정의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한다. 우리가 윤리와 정의를 구별하는 습성에 젖어있다면 이것이 레비나스 독해를 방해할 것이다.
레비나스가 사용하는 윤리는 “인간적인 것으로서의 인간성”이고 “인간이 자기보다 타자에게 우선권을 줄 가능성”이다. 예컨대, 성서에서 동생 아벨을 죽인 형 가인이 유지한 입장, 즉 나는 나이고 그는 그이다, 라는 존재론적 분리에 결핍된 것이 바로 윤리다. 레비나스는 윤리를 이렇게 정의한다.

“윤리는 자아를 통한 자아의 주권의 자리 없음에서, 가증스러운 자아의 양태에서 의미하지만 또한 어쩌면 영혼의 정신성 그 자체, 그리고 확실히 존재의 의미 곧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라는 존재의 부름에 대한 물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윤리는 무조건적이고 심지어 논리적으로 분간할 수 없는 동일성의 절정 곧 모든 기준 너머에 있는 자율의 절정에서 나로 불리는 동일성의 애매성을 통해 그러나 바로 이 무조건적인 동일성의 절정에서 또한 자기가 가증스러운 자아임을 고백할 수 있는 동일성의 애매성을 통해 의미한다.”(본문 226쪽)

이 윤리 또는 윤리적 관계가 후설과 하이데거에게 중심적 입장은 아니었다. 레비나스는 후설에게서 현존, 현재, 재현의 특권을 발견하면서 지향성을 이론적 지식, 객관화하고 주제화하는 지식으로 비판한다. 레비나스에게서 지향적 의식은 존재 속에서 존재자들의 존재가 펼쳐지고 모이고 드러나는 무대 위에서의 적극적 지배이다. 레비나스는 지식과 지배와 함께 정립되는 존재 안에서의 정립의 정의(justice) 그 자체인 지향적 의식 대신에 비지향적 의식, 즉 처음부터 수동성인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의식을 내세운다. 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의식이 바로 내가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의 나의 존재에 대한 긍정 속에서 나의 존재할 권리를 책임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레비나스는 하이데거의 현존재의 존재론과 공동존재를 비판한다. 하이데거의 현존재는 결국 존재의 부름과 자기 존재의 몸짓, 자기 존재 사건의 의무가 있는 존재 일반의 구조다. 반대로 레비나스의 경우 타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 타자를 위한 죽음은 유한성 그 자체로 인해 자기의 유한성에 의해 움직이는 죽음을-향한-존재에 앞서고 초월한다. 그리고 하이데거의 공동존재(miteinandersein)는 세계 내 현존의 한 순간일 뿐이다. 공동존재에서 함께(mit)는 늘 옆에 있음이지 얼굴은 아닌 것이다.

‘우리-사이’를 세우는
‘타자를-위함’이라는 초월

레비나스의 사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얼굴은 눈 색깔, 코의 형태, 뺨의 불그스레함 따위가 아니라 신의 말이 울려 퍼지는 방식이다. 신(무한)의 말로 격상되는 얼굴과의 관계는 초상화와 같은 조형적 형태가 아니라 처음에 타인이 나와 무슨 관계인지를 묻지 않는 비대칭적 관계이고, 절대적으로 약하고, 벌거벗은 것과의 관계이며,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 것과의 관계다.
여기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마주한다. 레비나스에게 타인의 고통은 무익하고 헛된 것이다. 반대로 타인의 정당화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내 안의 정당한 고통은 긍정된다. 그렇다면 레비나스의 사상은 대담자의 말에 동의한 “십자가의 광기”다. 고통과 관련하여 종교의 위기는 사랑의 대화 바깥에 남아 있는 모든 제3자들을 망각하는 것에서 생긴다. 이것은 종교가 역설적으로 사랑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레비나스는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하는 사랑을 이렇게 번역한다. 즉 사랑은 너로서의 타인에 대한 환대, 차이(무관심하지-않음)를 억압하지 않고 동일자에서 타자로 가는 말함, 이방인을 통한 나의 깨어남, 조국이 없는 무국적자를 통한 나의 깨어남, 이웃을 통한 나의 깨어남. 자기에 대한 반성도 아니고 보편화도 아닌 깨어남, 먹이고 입혀야 할 타인에 대한 책임, 타인에 대한 나의 대속, 고통에 대한 나의 속죄다.
이 사랑과 타인에 대한 책임은 예수 그리스도인 신-인간 즉 성육신 사상에 대한 논의에서도 반복된다. 레비나스는 이 문제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첫째, 신-인간 사상은 신의 낮아짐, 곧 “가느다란 침묵의 목소리처럼 자기의 비천함에서 나타나는 진리의 관념, 곧 박해받은 진리의 관념”으로서 “초월의 가능한 유일한 형태”다. 성육신 곧 내재성을 돌파하는 초월과 열림은,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예수처럼 정복당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쫓기는 사람들과 결합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성육신, 비천함, 초월, 열림은 소통의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신은 얼굴과 결합한다. 그러나 신은 동화할 수 없는 타자성, 절대 차이다. 신은 절대적으로 지나간 흔적이다. 흔적은 나의 이웃의 얼굴에서의 신의 근접성이다. 둘째, 신-인간 사상은 창조주의 피조물로의 실체변화로서 동일성의 원리를 훼손하는데 어느 정도 타자들을 위한 대속과 속죄, 인간의 인간성을 표현한다. 이는 메시아주의와도 상통한다. “메시아주의, 그것은 내 안에 시작하는 존재 안에서의 이 절정―‘자기의 존재를 보존하는’ 존재의 전복―이다.”
레비나스는 지식과 기술, 예술의 문화와 대조적으로 윤리적 문화를 강조하는데, 윤리적 문화는 타인의 얼굴을 통해 나의 동일성의 권력을 문제 삼는 문화, 인간성이 존재의 야만에 구멍을 내는 문화, 즉 ‘존재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정의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해가능성과 이론과 객관성, 법과 정치, 평등의 토대인 정의에 대한 염려는 관계로부터 즉 얼굴과 유일한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구성된다. 즉 정의는 사랑에서 나오며 정의와 자비는 낯설어 보이지만 분리할 수 없고 동시적이다. 정의는 자비가 없다면 변질되고 자비는 정의가 없다면 불가능하게 된다. 레비나스는 구체적으로 경제 정의의 활동이 정신적 존재의 서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신적 존재를 완성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레비나스는 정치의 구멍들(정지 기간)에서 높아지는 외침들과 인권을 옹호하는 외침들, 시인들의 노래를 지지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의 외침과 노래가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에 기반한 예언자적 목소리, 예언자적 정신, 인간 안에 있는 종교적 호흡이기 때문이다.
존재론은 시대를 초월한 풍조다. 이 존재론의 풍조를 거스르는 것이 메시아주의다. 레비나스의 사상은 우리에게 불편하기에 찬사와 비난에 모두 열려 있다.


목차


지은이 서문
존재론은 기초적인 것인가?
자아와 전체성
레비 브륄과 현대철학
신-인간?
새로운 합리성: 가브리엘 마르셀에 대해
해석학과 너머
철학과 깨어남
무의미한 고통
철학, 정의와 사랑
비지향적 의식
일자에서 타자로, 초월과 시간
통시성과 재현
문화의 관념에 대한 철학적 규정
유일성에 대해
‘누군가를 위한 죽음’
인권과 선의지
타자에-대한-사유에 관한 대화
우리 안에 있는 무한의 관념에 대해
『전체성과 무한』 독일어판 서문
타자, 유토피아와 정의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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