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아사이 료이(浅井了意, 1612~1691)가 일본어로 번역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가운데 열녀(烈女) 上・中・下를 한국어로 옮기고 그 원문 텍스트를 일본어 고전문법의 틀 속에서 상세히 풀이한 전문도서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어 교육은 현대일본어의 의사소통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일본어문법’ ‘일본어강독’ ‘일본어작문’ 등 각종 학습서에 등장하는 ‘일본어’는 당연히 모두 현대일본어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고 학습한다. 또한 ‘일본문화’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여기에서의 ‘일본’ 역시 ‘지금의 일본’을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편으로는 일본의 전통문화나 역사에 대한 관심 역시 적잖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저술된 일본어 고전문법 교재는 많지 않다. 또 있다 해도 면대면 강의 없이 교재만으로 독학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문법에 관한 또는 그 주변 사항에 대한 다양한 기초지식이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일본어 학습 과정이 그러하듯이 일본어 옛글 역시 ‘원서’와 직접 마주하고 앉아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읽을 것인가? 사실 일본에서 옛글은 언문일치 여부를 기준으로 둘 수도 있겠지만, 1946년 즉 일제강점 종료 직후 현대가나표기법(現代かなづかい)이 일본 내각(内閣)훈령(訓令)으로 제정되기 이전 역사적가나표기법(歴史的仮名遣)에 준하여 작성된 글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간단하다. 그렇다면 대략 천 년에 이르고 선택지도 물론 다양하다. 그 가운데 비록 이것을 정독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왠지 우리에게 친숙한 <삼강행실도>를 선택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종대왕의 명으로 1434년 처음 간행된<삼강행실도>는 <한문본>과 <언해본>이 있고 이후 여러 차례 모습을 달리하여 간행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경로는 확실치 않지만 일본인에 의해 같은 제목으로 17세기에 일본어로 옮겨져 간행되었고, 이를 순수하게 언어자료 그것도 일본어 고전문법 학습서로 활용하기에 적절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