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우뚝 서려는
고독한 인간을 위하여
다수가 힘들다고 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구직자, 근로자, 사용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수저가 아닌 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것조차 결코 쉽지 않은 세상이다.
상당수 근로자들은 업무 못지않게 인간관계에서의 고충을 토로한다. 많든 적든 사람이 없는 회사는 없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의 트러블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트러블은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처럼 이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기 전까지는 통상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되기에 더욱 위험하다. 또한 업무에서의 고충과 달리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그 종류가 너무 많기에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난감할 수 있다. 업무에서의 부진을 좋은 인간관계가 메꿔주거나 나쁜 인간관계가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내인간관계는 절대 경시하면 안 된다.
사용자 중에도 인간관계, 특히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임금 등 근무환경이라도 괜찮다면 별다른 눈치 볼 필요가 없겠지만 이런 회사는 드물기에 직원의 기분도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의 경험이나 각종 연구결과에 비춰봐도 직원이 사장이나 회사에 만족할 경우의 업무성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의 그것을 압도하기에 회사의 유지ㆍ발전 차원에서도 직원과의 적절한 관계조성은 더없이 중요하다.
구직자 역시 거의 다가 취업과정에서의 고단함을 하소연한다. 직장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구직자나 기존회사를 자의 반 타의 반 그만둔 경력직 모두가 괜찮은 일자리 숫자가 날로 감소함에 따라 취업이 너무 힘들다고 푸념한다. 이런 탓에 자기소개서나 이력서 작성법, 면접 시 주의점 등을 컨설팅해주는 학원도 성업 중인 듯하다.
포기하면 편하다.
주변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사내에서 행동하며 설사 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로 회사를 다니는 게 솔직히 제일 편하긴 하다. 최저임금액 이상만 지급하면 합법이므로 딱 최저임금만 주면서 직원의 기분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출한다면 어떻게든 권고사직 시키고 새로운 직원으로 대체하는 게 가장 손쉬운 직원관리일지 모른다. 또 다른 낙방이 주는 실망감이 너무 지겹다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부모 폼으로 더욱 파고드는 게 편안함이란 측면에선 최고일 수 있다. 의지할 부모가 없다면 형제나 친구에게 빌붙거나 각종 구호단체나 사회보조금 등에 의존하여 제대로 된 취업은 포기하고 사는 것도 실패가 주는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선 괜찮아 보일 수 있다.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사내 원만한 인간관계를 아예 포기하고 회사를 다닌다면 평판은 급락하기 마련이며 이는 승진누락 등 당장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다른 직장까지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니며 이직실패 등 또 다른 불이익도 줄 것이다. 직원에 대한 고려를 전혀 안 하는 독재자식 경영에 맛들이고 나면 일시적으로는 편하기에 더욱 사람을 기계처럼 다루게 되고 이것이 관행화되면 어느 순간부터 주인의식이란 단어는 사내에서 종적을 감추고 사장의 외로움은 급증할 것이다. 구직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현실도피에 빠지다 보면 지금은 합격시켜줘도 전혀 갈 마음이 없는 직장에 어느새 나이 탓에 원서조차 넣지 못하게 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구직자, 근로자, 사용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쓰여졌다.
일반사원 파트에서는 사내에서 평사원들이 본인의 평판을 유지ㆍ향상시키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조성하며 장기적으로 경력을 개발하는데 보탬이 되거나 유의할 점들을 논해보았다. 노무사인 필자가 현실에서 접하는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는 능력과 열정이 충분한 직원들이 인간관계 탓에 결국 조직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퇴출되는 경우이다. 이런 사태는 평소 자신의 태도에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기에 이런 예방법을 집중적으로 소개하였다. 한편 IMF로 인해 정년보장의 관행이 깨지고 이직이 일상화가 된 세태를 반영하여 이직 시 유의점 등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사장 파트는 직원의 마음을 열고 적절히 동기부여 시키며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신경 써야 할 점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고 기술력이 풍부해도 결국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앙심을 품은 부하직원으로 인해 회사가 힘들어지는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근무조건은 좋아도 정이 안 가는 회사가 있고 대우는 별로라도 다니고 싶은 회사가 있다고 다수의 직장인들이 밝히는 현실 속에서 핵심은 직원의 마음을 얻는 것이므로 이에 포인트를 두어 소개해보았다.
구직자를 위해서는 일단 취업에 일조하고자 이력서ㆍ자기소개서 작성 시 주의점과 면접 시 유의점 등을 핵심위주로 다루어보았다. 단순히 취업만이 아니라 취업 이후의 삶도 중요하기에 뒤늦은 후회를 막기 위하여 미리 알아야 할 조직생리 등도 같이 소개하였다. 백수라는 단어자체를 터부시하는 사회분위기도 있는듯하나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보내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당히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필자의 경험과 백수시기를 보낸 다수 직장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백수시절의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가급적 충실히 논해보았다.
한편, 부장이나 임원 등 관리자는 노동법적으로 사용자임과 동시에 근로자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관리자 파트를 별도로 할애하였다. 이런 이중적 성격 탓에 일반사원과 사장 사이에서 샌드위치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특성을 감안하여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나 칭찬ㆍ질책 시 신경 써야 할 점과 사장과의 관계조성 시 주의할 점 등을 포괄적으로 담아보았다.
제시한 방법들은 가급적 참신하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선별하였으며 피부에 와 닿게 하기 위하여 되도록 사례를 가미하였다. 구체성과 실용성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각각의 방법들이 상호 모순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가령 사장이나 관리자 파트에서 제시한 방법과 일반사원 파트에서 제시한 방법이 상충되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굳이 이를 시정하려 하지 않았다. 회사 내 직급에 따라 원하거나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그 위치에서 신경 써야 하는 점 역시 다소 상반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의 상사나 나의 부하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함으로써 직급 간 이해를 촉진하는데 이 상충적인 제시안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사장과 관리자의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큰 소규모 회사의 사용자(사장과 관리자)들에게는 사장과 관리자 파트에서 다룬 내용들 모두가 유용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각각의 토픽들을 뻔한 이야기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아주 대단한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등한히 하다가 결국 직장생활에 실패한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독하다. 이런 숙명 속에서 그래도 자신의 두 발로 우뚝 서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모쪼록 힘이 되었으면 한다.
2019. 3. 11
황룡산이 보이는 연구실에서
강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