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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새

  • 메도루마순
  • |
  • 아시아
  • |
  • 2019-05-10 출간
  • |
  • 256페이지
  • |
  • 146 X 206 mm
  • |
  • ISBN 979115662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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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잔혹하고 끔찍하며 섬뜩한, 환멸과 절망이 버물어진 파괴의 지옥도

오키나와를 지키는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작가 메도루마 ?의 『무지개 새』는 2006년에 출간되어 가혹한 폭력과 강렬한 메시지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장편소설이다. 잔혹하고 끔찍하며 섬뜩한, 환멸과 절망이 버물어진 파괴의 지옥도를 그려낸 『무지개 새』는 역설적으로 폭력 근절과 평화를 향한 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소설은 성노예 상태에 빠진 미성년자 마유와 그녀를 관리하는 조직폭력배 일원 가쓰야가 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성매매를 한 남자의 사진을 찍고 그걸 미끼로 돈을 듬뿍 뜯어내면 된다고 히가가 처음 말했을 때부터 가쓰야는 그것이 참으로 난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가쓰야의 역할은 여자를 돌봐주는 것과 사진을 찍어서 차의 종류와 번호판, 그리고 남자의 특징 등을 메모해서 정리해주는 것이다. (...) 호텔에 들어가거든 남자가 샤워를 하는 동안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라고 여자들에게 단단히 교육을 시켰다.(본문 중에서)

마유는 매춘현장에서 자신의 성을 산 남자를 상대로 잔혹하고 엽기적 방식으로 성폭력을 가하고, 가쓰야는 조직폭력배 최상단에 위치한 히가의 지배에 휘둘리며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폭력구조의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학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오키나와 사회 내에서 존재조차 인지되지 못하는 성노예 미성년자를 내세워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음은, 오키나와에 군사기지가 밀집돼 일어나는 폭력의 연쇄를 비판한 도식적 내용이 아님을 암시한다. 또한 폭력구조가 외부에 의해서만 강제된 것이 아니라 내부와 얽혀 이중삼중으로 구조화된 것임이 드러난다.

“필요한 건 훨씬 더 추악한 것이라 생각했다”

1995년 9월 4일, 오키나와 북부 나고에서 미군 셋이 오키나와 소녀를 성폭행한다. 섬 전체에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군기지 철폐 투쟁이 이어졌다. 전쟁 위협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2차 세계대전의 후과와 냉전 상징인 군사기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갔다. 북부 출신 메도루마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건 물론이다.

“매달아 놓으면 되잖아. 미군병사의 아이를 잡아다가 발가벗겨서 58호선 야자나무 아래에 철사로 매달아 놓으면 되지. 진짜로 미군을 쫓아버릴 생각이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 말이 맞아. 히가가 말한 그대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8만 5천 명에게 호소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필요한 건 훨씬 더 추악한 것이라 생각했다. 소녀를 폭행한 미군병사 셋의 추악함과 균형을 이루기라도 하듯. (본문 중에서)

메도루마가 1998년부터 집필하여 2006년 출간한 『무지개 새』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는 1995년 이후 오키나와의 정치적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1995년 사건이 현재로 이어져 헤노코 신기지 건설과 반대 투쟁, ‘헤노코 기지’ 건설의 찬반투표를 묻는 현민투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적이다.

오키나와인이 폭력구조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상력조차 결여하고 있음을 소설은 파헤친다. 소녀폭행사건을 일으킨 미군을 응징하는 논리구조를 내세우는 한편 오키나와 사회의 나태함을 파고든다. 그런가 하면, 소설은 폭력을 정당화하기보다 ‘가장 저열한 방법’으로 오키나와 문제 혹은 자기 부정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폭력 근절과 평화의 세상을 향한 생의 의지

‘무지개 새’라는 제목과 ‘오키나와’라는 지역이 주는 이미지는, 낭만적 신비와 환상의 아우라와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지개 새』는 그 아우라를 상상하거나 목도할 겨를 없이 폭력에서 시작해 폭력의 과정을 거쳐 폭력으로 끝난다. 폭력의 닫힌 연쇄구조로서 폭력의 아수라를 목도하게 된다.

드러나 있는 폭력과 인지되지 않는 폭력과 일상적인 폭력까지 연계되어 있는 구조와 행태를 염두에 둘 때, 소설의 절대적 피해자인 마유의 폭력 및 살해 행위는 오키나와를 폭력 연쇄와 닫힌 구조 안에 봉합해버림으로써 현재적 비극성과 미래적 부재성을 드러낸다.

암울한 디스토피아 극복과 미래의 전망에의 실낱같은 희망은 역설적으로 마유의 등에 새겨진 ‘무지개 새’ 문신에 있다. 누군가에겐 삶이고 누군가에겐 죽음일 무지개 새 전설이 그것인데,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이 파괴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무지개 새 전설이 함의한 진실이거니와 메도루마 ?이 『무지개 새』를 통해 투사한 염원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1945년 오키나와전 이후, 평화와 자립을 갈구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군과 일본정부라고 하는 이중의 폭력적 침략자와 끈덕지게 싸워왔다. 메도루마 ? 문학은 언제나 이 두 세계를 시야에 넣으면서 남녀노소에 의해 펼치는 투쟁의 역사를 끄집어내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실마리를 발견해내 미래의 투쟁과 연결시킨다.
다카하시 토시오(문학평론가, 와세다대학 문학연구과 교수)

오키나와의 온갖 폭력구조 속에서 고통과 상처를 앓아온 마유와 가쓰야가 지옥의 현실을 파괴하고 죽이는 행위는, 오키나와에서 자행되는 모든 폭력에 대한 근절과 평화의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의 의지와 다름 아니다. 메도루마는 오키나와의 근현대를 아우르는 『백년의 고독』과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는 희망을 표출하며 『무지개 새』로 지세한 생의 의지를 이어갈 생각이다.


목차


무지개 새

옮긴이의 덧붙임_신생을 향해, ‘자기 부정’의 심연을 파헤치다(곽형덕)

해설_폭력의 미망(迷妄)을 응시하며 헤쳐 나오는(고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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