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당시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이용하였던 전남대학교병원을 무대로, 의료 활동을 보조하는 의과대학 졸업반 학생이었던 저자의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전남대병원에 대한 증언도 다수 있고, 그것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구논문과 책도 있다. 5ㆍ18의 진상규명 및 5ㆍ18 연구에 매우 소중한 자원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적인 수준에서 만들어졌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5ㆍ18 진상규명 및 연구는 공적이고 제도적인 수준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수준의 경험이 갖는 중요성 역시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의료 분야의 증언에 하나를 더 얹어 놓은 것이 아니다. 당시 일상이 파괴된 병원 안에서 하루하루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환자들을 대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의 시선에서, 혹은 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는 병원의 상황을 꼼꼼하게,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곁들여서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일상사의 수준에서 5ㆍ18을 연구하기 위한 원초적인 자료가 될 것이다. 나아가 5ㆍ18을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경험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