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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

  • 방현희
  • |
  • 열림원
  • |
  • 2003-04-15 출간
  • |
  • 212페이지
  • |
  • A5
  • |
  • ISBN 97889703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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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국전에 몇 번 낙방한 후로 그림에 회의를 느끼던 나는 집 뒤쪽의 문중 선산이 고분 발굴터로 지정되면서 발굴 현장에서 흙을 걷어내는 일을 거들기 시작한다. 별 의미없이 시작한 일이었는데 흙을 만질수록 거기에 빠져들어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 과정에서 발굴현장을 지휘하는 학예연구사 중영이라는 인물에게도 호감을 갖게 되며, 어쩐지 혈육처럼 느껴지는 한 여자를 만나 무덤방에서 천젼 전의 흙을 베고 정사를 나눈다. 처음 발굴 중인 고분의 석실문이 열렸을 때 받았던 그 강렬한 충격과 감동은 답답하게 얽혀 있던 나의 가족사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실마리가 된다.

나는 외모나 재능에서 아버지보다 외당숙 아저씨를 많이 닮았다. 아버지는 아저씨와 어머니가 몰래 사랑을 나누던 항아리 속에 들어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언제나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존재였을 뿐 어머니 가까이 갈 수 있었던 사람은 외당숙 아저씨였다. 그러나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방식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발굴 설명회를 마친 어느 날 중영의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두개골에 안면 복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나는 놀라운 것을 보게 된다. 컴퓨터로 근육과 지방조직과 살갗을 붙여 복원해낸 그 얼굴은 나의 할아버지의 얼굴이며 아버지의 얼굴이며, 또한 나의 얼굴과 내 자식의 얼굴과도 겹쳐진다. 그 오랜 적막한 시간을 거슬러 나는 여기에 있었다.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하고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숱한 진실들이 묻혀 있을, 적막한 방. 천오백 년 전 무덤 발굴의 체험을 통해 "나"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며, 끝없이 재생되는 인간의 삶과 인연, 묻혀 있는 삶의 진실들을 깨닫게 된다.

무덤방에서 천오백 년의 먼지를 이고 있던 금동신발의 앞쪽 끝에 달려 있는 금동물고기는 다산과 재생, 신성의 의미로 다가온다. 무거운 주제를 일관되게 끌고가는 능숙한 솜씨, 과거와 현재가 물 흐르듯 교차하는 창의적인 구성과 밀도 높은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 소개
저자 방현희
1964년생. 전북대 간호대 졸업.
국립 경찰병원 근무.
2001년 "동서문학" 가을호 신인상에 단편 <새흘리기> 당선


목차


1. 흙을 걷어내고 흙을 만나다 ... 9
2. 허정의 방 ... 55
3. 누가 과거를 필요로 하는가 ... 85
4. 땅속 깊은 곳으로 ... 177

작가 후기 ...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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