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대한민국 인구는 2018년 7월 현재 5,180만 6977명이고, 이들 가운데 약 29%에 해당하는 1,500만 여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族)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이들 펫펨족을 겨냥한 각종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펫코노믹스(Pet-conomics)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분위기로만 볼 때 한국은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지고 앞으로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및 반려인의 증가와 더불어 긍적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이웃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민원 중에는 ‘층견소음’이라 불리는 반려동물에 의한 소음이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층간소음 관련 민원 중 반려동물 관련 건이 4.6%에 달했다. 2018년 2월에는 강동구에서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웃집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과 더불어 반려인들 간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음을 볼 때 이에 대한 대비가 지금부터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향후 국내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반려동물로 인한 각종 민원이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 마련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1997년 국토 교통성에서 반려동물 아파트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1998년부터 반려동물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해서 현재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공동주택의 비중이 더 높음에도 실효성 있는 반려동물 공동주택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진한 상태이다. 따라서, 반려인들 각자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다.
서로간에 발생하는 갈등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최적화된 주거환경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과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미끄러운 실내바닥으로 인한 관절 관련 질환이다. 일본보험협회(Anycom)의 자료에 따르면 반려견이 6세 이전에 관절 관련 질환에 걸리는 비율은 60%가 넘고, 관절 질환 발생원인 중 70%는 미끄러운 바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반려견의 19% 정도는 슬개골 탈구에 걸리는 것으로 확인(2015. 일본대학원대학교 수의학과)되었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주거환경이 좋은 일본의 사례임을 비추어볼 때 한국은 더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개나 고양이는 인간에 비해 생존약자이다. 그들을 기준으로 인간의 주거환경 기준을 개선한다면, 그들뿐만 아니라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생활하는 인간에게도 주거환경의 안전성은 높아지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조치인 바닥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대응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시스템이나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마감과 시설, 시스템을 통해 비로소 ‘반려동물 공생주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할 때 ‘반려동물 공생주택’은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반려동물 공생주택’에 대한 개념은 국내에서는 아직 희박한 상태여서 반려동물의 주거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얻고자 하여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생이 가능한 ‘반려동물 공생주택’에 대한 전문가, 즉 반려동물 주거환경 전문가를 육성하여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에 ‘펫 코디네이터(Pet Coordinator)’ 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게 되었다. 펫코디 전문가 과정은 1급과 2급으로 나누어, 2급은 반려동물의 주거환경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1급은 건축, 인테리어, 부동산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고자 한다. 펫코디 전문가 과정 자격 취득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반려동물을 위한 주거환경에 대한 식견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남과 다른 능력을 갖추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펫코디 전문가를 통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함께 생활할 수 있고, 반려인들 간에는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나 트러블이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19. 05
박 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