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천쓰허(陳思和)는 중국문학과 외국문학의 관계 연구 영역에서 ‘중국문학의 세계성 요소’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핵심 개념은 30여 년에 이르는 그의 학술 생애 동안 중국 현·당대문학 작가 연구와 문학사조 연구, 문학사 서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연구와 비평 및 실천에 동시에 전개되고 발전해 왔다. 이 키워드는 천쓰허의 개인 학술 담론에서 가장 의미 있는 개념이다. ‘세계성 요소’는 그의 개인적 학술 구조와 특징을 보여 주는 동시에 중국 현대문학, 특히 중국 비교문학 학술에 대한 계시적 의미를 갖는다. 그 과정에 지난 30년 동안의 국제문화 추세와 중국문학 학술 담론의 변천, 그리고 학술 실천에서 그가 유지해 온 사유와 탐색이 수반되었다.
‘문혁’ 이후 처음 배출된 전문적인 인문학자 천쓰허의 학술 생애는 중국 신문학 연구가 막 정치 이데올로기의 속박에서 벗어나 독립된 과학으로 나아가고, 비교문학이 독립된 학과로 수용되어 점차 체계를 잡는 시기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20세기 중국문학과 당대 문학비평을 학문적 목표로 삼았지만 비교문학의 학술 방법과 시야가 그의 20세기 중국문학 연구에 중요한 계도적 의미를 갖게 되면서 그의 문학 학술 작업은 점차 중외中外문학 관계 연구와 현·당대 작가 연구라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전개되기 시작했다. 전자의 사례로는 자즈팡(賈植芳)과 함께 진행한 ‘중국 현대문학에 대한 외래사조 및 이론의 영향’ 연구, 후자의 사례로는 현대 작가론 연구와 당대 문학비평을 들 수 있다. 서양 문예사조와 작가·작품, 창작 방법이 20세기 중국문학에 번역, 소개되어 영향을 미친 부분에 관한 자료도 전면적으로 정리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천쓰허는 복잡하고 다원적인 중국 현대문학의 외래문화 및 문학적 자원을 깊이 체감하면서 중국문학 창작의 해석에 폭넓은 세계문학의 시야를 도입했다. 여기서는 천쓰허의 당대 문학비평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그가 당대 비평계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실은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 부분에 30여 년 동안 열정과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의 비평 시야는 세계문학과 중국문학의 현대적 전환이라는 두 가지 범주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작가 연구의 일환인 바진(巴金) 연구1는 작가의 원시 자료의 정리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그 논술의 틀은 사상문화와 문학 표현 수법의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작가의 창작과 중외사조, 특히 서양의 인도주의와 무정부주의, 구미의 테러리즘과 프랑스 민주주의 등 다양한 서양의 문화사조, 프랑스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문학이 갖는 복잡한 관계를 정리했다. 그 가운데 무정부주의와 테러리즘은 중국 학계에서 오랫동안 회피해 온 주제로서 기존의 학술적 시야와 추세를 크게 확대하는 동시에, 바진 연구와 현대문학 연구 전체에 참신한 에너지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