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modernus’, 현 제도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
형용사 ‘근대적modernus’에 관한 가장 오래된 용례는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발견된다. 칼케돈 종교회의의 결정들이 그 이전에 표준이었던 구 규칙antiquis regulis과 차별화되어 현재 제도를 타탕한 것으로 말하는 데 사용된 게 시초다.
6세기 초에는 이미 시대 구분이라는 맥락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하여 12세기에 이르면 ‘일시적인’의 의미가 부여되었다.
‘근대적modernus’의 세 가지 의미층위
이리하여 ‘근대적’이라는 개념은 크게 세 가지 의미층위를 지니게 되었다. 첫째, ‘이전’과 구분되는 ‘현재’의 의미이며 이전의 제도나 사상 또는 대상이 그때그때 다른 것들로 대체가능하다는 생각이 전제다. 둘째, ‘오래된’의 반대말로서 ‘새로운’의 의미이며, 과거 시대들과 구분되는 현대를 바라보는 태도다와 관련된다. 셋째, ‘영원한’과 반대되는 의미의 ‘일시적’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현재, 그런 현재를 ‘미래의 과거로서의 현재’로 바라볼 수 있을 경우 이 의미가 성립 가능하다.
‘근대’의 의미, 18세기에 결정적으로 변화
그렇지만 ‘근대’의 의미가 결정적으로 변화하기까지는 18세기 문턱을 넘어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때 비로소 르네상시 시기 이후 지배적이었던 고대를 모범으로 한 ‘근대성’에 대해, 계몽주의자들은 현재를 인식하고 첫걸음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19세기 전환기에 미학과 철학 논의에서 ‘근대적’인 시대로서 현재는 독일 고전주의와 유럽 낭만주의의 경계에서 고대의 규범 제시적인 모범과 이별을 고했다. 이는 이후 새로운 현재 의식에 대한 철학적 이해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근대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현재에도 여전히 문제적 개념인 ‘근대’
코젤렉이 1830년을 7월 혁명 이후 정치사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결정적 시기라 말했듯, ‘근대’ 개념은 국가철학이라는 경험 영역에서 새로이 등장했다. 이후 새로운 현재 의식의 비판과 발전에 관해, 또 세기의 전환기 프로그램으로서 ‘근대’는 거듭 제기되어왔다.
유럽을 포함한 독일에서 ‘근대적’, ‘근대성’, ‘근대’는 지난 수십 년간의 개념사 연구에서 가장 자주 다루어진 개념 중 하나다. 이들 개념은 현재에도 여전히 문제적 개념으로서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