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니까”
외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인문계 여고 2학년 고선우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선택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이기에 짝꿍 주희가 이끄는 대로 문예반에 들어간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문예반원들의 첫 대면 시간. ‘문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문예반 담당 교사 문재일 선생님은 예상 밖으로 몰려든 문예반원들에게 “공부나 자습은 절대 하지 않으며 숙제도 많은 동아리이니 자신 없는 사람은 알아서 나가라”면서 난감해한다. 문예반의 리더이자 선후배는 물론 동급생들에게도 흠모의 대상인 오미수를 비롯한 문예반원들의 열정적인 자기소개까지, 세상 모든 게 하찮고 시들하기만 한 고선우에게 문예반은 첫날부터 온통 거슬리는 일투성이이다. 외딴 섬처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 온 주인공 선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고생들의 우정과 연대. 그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에 관한 성장소설.
십 대 문청들의 글쓰기를 통한 따뜻한 연대와 우정,
그 속에서 다시 꽃피는 꿈!
짧게 자른 머리에 교복은 항상 바지, 귀에는 빈 이어폰을 꽂고 주저흔 가득한 손목을 감추며 사는 열여덟 살 여고생 고선우. 돌봐주시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게임 중독자인 아빠에게 방치된 채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보낸 어린 시절은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마음으로 의지할 곳이 생긴 것 말고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하여 어느 순간부터 세상 모든 일이 하찮고 시시해져 버린 선우에게는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읽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 선우에게 딱 한 가지 바람이 있으니 열여덟 살 생일인 10월 24일에 번지점프를 뛰러 가는 것. 주저흔을 완벽히 끝내 버릴 특별하고도 비밀스러운 번지점프!
학기 초, 동아리 활동으로 짝꿍 주희를 따라 아무 의욕 없이 문예반에 들어간 선우는 그곳에서 문예반 담당 선생님인 ‘문쌤’과 모든 면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여 주며 전교생의 선망을 독차지하는 동급생 ‘오미수’를 만나게 된다. 합평 시간마다 날선 비판과 독설로 찬물을 끼얹는 선우에게 대부분의 문예반원들은 적대적이지만 미수는 선우의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부러워하며 친구가 되기를 청해 오고 그런 미수가 선우도 싫지만은 않다. 그래서 미수가 활동했다는 온라인 글쓰기 카페 ‘시생사’에도 가입해 보고 미수가 읽고 있다는 책도 찾아 읽으면서 선우는 미수를 몰래 따라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시생사에 접속하자마자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들고 문쌤을 통해 미수에 관한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주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글쓰기’
숙명적으로 세계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학창 시절,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작품 속 문쌤의 가르침처럼 문예반 활동을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해 배우며 문학의 꿈을 키웠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예반이 남아 있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그 많던 문예반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우리는 공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게 될 거야. 너희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상관없어. 내 관심은 오직 너희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은지, 얼마나 본질적 삶에 관심이 많은지…… 그것에만 집중할 거야. 알겠니?” -31쪽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글’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 -92쪽
근래 몇 년 사이, 초중고 공히 ‘책읽기’를 교과과정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지만 읽기는 물론 함께 가야 하는 글쓰기마저 평가 시스템에 맞춰 획일화되어 버린 듯하다. 입시전쟁에 매몰된 교육의 장 안에서 ‘깊이 읽고 개성 있게 쓰기’는 이제 불가능한 현실일까.
현직 국어교사이기도 한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소설인 『사춘기 문예반』은 평범한 인문계 여고 동아리인 ‘문예반’을 배경으로 상처투성이 사춘기 여고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통, 슬픔, 상처를 산문과 소설, 시 등 자유로운 형식으로 드러내며 서로 위로하고 연대하는 문예반 소녀들을 통해 우리는 날로 황폐해져 가는 오늘의 교육 현장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읽고 나면 글쓰기야말로 “자신을 지켜 나가는 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라는 작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