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를 통합해
중국, 조선,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삼국의 학술 상황을 조망한 책
조선연행사는 일찍이 조선국왕이 중국 북경(北京)에 파견한 사대(事大) 사절이고 조선통신사는 조선국왕이 일본의 에도(江戸)에 파견한 교린(交隣) 사절이다. 이 중 조선통신사에 대해서는 일본과 한국에서 일찍부터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 상대적으로 연행사에 대해서는 세계 학계에서 그 개요조차 소개되어 있지 않은데, 연행사에 관한 사항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이 이러한 시점에 번역출간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행사의 정의를 “중국의 명조(明朝)와 청조(淸朝) 시대에, 조선에서 보낸 외교사절”로, 통신사를 “조선조(朝鮮朝) 때 일본으로 파견한 사절”로 내린다. 그런데 저자는 ‘통신사’라고 부르는 것은 당시 사료적 측면이나 현재 학술용어의 관점에서도 타당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는데 ‘연행사’는 사료(史料)에 나오는 말이지만, 오히려 학술용어라고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여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연행사와 통신사를 통합해 중국, 조선,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삼국의 학술 상황을 살피는데, 문제로 삼는 논점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가 교류한 시대에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국제구조는 어떠한 것이었는가라는 문제이다.
둘째, 조선연행사를 통한 조선과 중국의 학술교류는 어떠한 것이었으며, 여기에는 어떠한 변천이 보이는가라는 문제이다.
셋째, 조선연행사와 조선통신사를 따로따로가 아니라 통합해서 같은 시점에서 봄으로써, 같이 서울을 출발한 사절이 북쪽의 중국과 남쪽의 일본에서 어떠한 학술과 만나게 되는가, 또 여기에 어떠한 변천이 보이는가 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