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시간을 담은 40가지 정원 이야기
조경가 김용택이 만든 40여 개의 정원을 소개하는 책. 작은 마당에 심긴 풀 한 포기부터 드넓은 자연 속 풍광까지 저자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최근의 작업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작가가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생명의 아름다움이 때로는 절제된 형식으로 때로는 야생의 모습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은 잘 가꾸어진 정원에 대한 기록집이면서 동시에 정원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이다.
오늘도 풀 한 포기를 심으며
정원가의 작업은 고되다. 빛과 바람, 땅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디자인하고 철저히 준비하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정원가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나무가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릴 때까지 마음을 쓰면서 돌보는 일이 계속된다. 폭염의 날씨에 연약한 꽃들이 시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부모의 마음을 닮았다.
삶을 담는 정원, 삶을 닮은 정원
먼 산의 풍경을 누리고, 생명의 작은 변화까지도 느낄 수 있는 정원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장소다. 정원에 빛이 가득 차고 꽃향기가 흘러넘칠 때 비로소 생명의 기쁨이 온 집에 충만하다. 빗소리와 바람 소리,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잔잔히 들려오는 일상의 순간을 꿈꾸며, 작가는 흙과 돌, 나무와 꽃, 물과 빛으로 살아있는 정원을 디자인한다.
계절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정원은 집주인을 닮아간다. 잘 자란 나무는 큰 그늘을 만들고, 꽃은 만개하여 계절을 알려준다. 스스로 가꾸고 키워가는 그 마음이 꽃이 되고, 성숙한 자연으로 자란다. 정원은 마음의 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