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의 본사가 문을 열면서 서울 용산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디자인의 건축은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특히 1~3층을 공용 공간으로 설계해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 방문객들이 수시로 오가는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지역의 유동 인구를 늘리고 있다.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이 오가기 시작한 주변 거리에는 ‘용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건축이 지역과 사람, 문화를 바꾼 가장 가까운 사례다.
저자는 이렇게 지역과 사람을 상징하는 건축을 ‘아이코닉 건축’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아이코닉 건축이 지역의 문화와 산업을 바꾸고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산업혁명의 본거지로, 가장 빠르게 지역 재생을 시작한 영국의 사례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이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짚는다.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영국의 성공 사례들은 모두 지역의 환경과 사람, 문화에 주목한다. 자이언트 코즈웨이 방문자 센터는 해안의 절벽에서는 보이지 않고, 육지에서만 보이는 디자인으로 환경에 녹아들어 있다. 미술관 터너 컨템퍼러리는 화가 윌리엄 터너가 그림을 그렸던 지역이라는 잊힌 스토리를 발굴해 재해석하면서 지역을 새로운 예술의 허브로 부상시켰다. 버밍엄 도서관은 지역 장인들이 만든 금속 공예품을 활용해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이코닉 건축은 독특한 디자인이나 새로운 콘셉트에 앞서, 건축의 근원인 환경과 사람을 생각한다. 건축이 뿌리내릴 곳의 자연 환경, 이웃한 건축의 디자인, 주민들의 문화와 생업, 관람객이나 방문객의 욕구까지 고려해 ‘이곳이 아니면 안 되는 건축’을 만들어 낸다.
지역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가치를 발견해 건축으로 형상화한 뒤,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환경의 일부로 뿌리내리는 이야기는 제품, 서비스 브랜딩 전략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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