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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의 탄생

할매의 탄생 우록리 할매들의 분투하는 생애 구술사

  • 최현숙
  • |
  • 글항아리
  • |
  • 2019-06-17 출간
  • |
  • 472페이지
  • |
  • 145 X 210 mm
  • |
  • ISBN 9788967356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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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올개는 밭에 별로 안 숭굴 거라예

“내 살은 거는 마 고생한 거 말고 없어예. 모내기해가 이삭 올라오마, 어떤 해는 그 이쁜 걸 물이 확 쓸어가뿟고 이삭이 시꺼멓게 썩어들어가는 거라. 어떤 해는 잘 자라가 대가리를 숙일마 해가 통통하이 그래 이뿐데, 또 홍수가 나가 꼬꾸라지고. 그래 쓸어가뿌마 나중에 벼가 말라도 아무것도 건질 기 없는 거라.”(조순이 할매)

자식들의 탈농과 성공을 위해 평생을 노동으로 일군 할머니들의 삶은 가부장적 환경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이란 그들에게 자부심이자 정체성,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한편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는 보람으로 그 고된 노동을 견디며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정신없이 씽씽 변하는 세상”은 야속하게도 상실감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의 변화는 농촌의 모습을 도시보다 더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아아들 우는 소리조차 듣기 힘든” 농촌에서 노인들의 평생 노동은 자본의 힘에 눌려 그 가치가 절하되어간다. 일생의 결과이자 자부심인 자산(땅)이 돈 몇 푼에 거래되는 현실과 성공할수록 찾아오지 않는 자손을 기다리며 그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와 격리된다.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한 할머니에게 저자는 “자식들도 다 잘하는데 왜 아픈 걸까요” 하고 묻는다.

“자꾸 아프이께네 이리 살아가 뭐하나 싶고, 살아왔는 기 허프고 허전코 그렇다 카이. 몸이나 안 아프마 어디 훨훨 내 맘대로 나다녔으면 싶고. 넘이 들으마 다 그러고 사는 걸 그런 거 갖고 그러냐 카지만도, 내는 마 사는 재미가 없어예. 아아들 잘 사는 건 좋지만도 거는 마 지들 일이고, 내랑은 지네랑은 다른 거지예. 다행은 다행이지만도, 그기 내 사는 재미는 아니지예.”(임혜순 할매)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올해도 “콩 쪼매 숭구고, 들깨 쪼매 숭구고, 상추, 배치도 좀 숭구”며 살아간다. 꼬부라진 허리와 망가진 무릎으로 밭을 가는 할머니들의 터전이 자식들 사회에서는 별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지만, 세상에 대한 섭섭함과 상실감을 외면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농촌의 마지막 세대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나 죽으면 이제 제사도 농사도 끝이라 카이”라는 말은 노인들의 자조와 수긍을 잘 드러낸다.

자고 나면 일하고, 묵고 나면 일하고 그기지 뭐

노래 가락을 좋아하는 대촌댁 조순이 할머니는 우록리와 가까운 대구 달성군 대일리가 친정이다. 오남매 중 유일하게 딸이었던 그는 친정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열한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체증에 걸려 죽자, 동생들을 키우며 살림을 도맡아 하다가 우록리로 시집을 왔다. 와보니 손이 큰 시어머니와 시형제 일곱이 그를 맞이했다. 갈등 끝에 첫아이를 낳고 친정으로 ‘내뺐다가’ 젖이 불어서 그 아픔을 못 이기고 다시 우록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와의 갈등은 아직 마음 한켠에 상처로 남아 있다.

“아 놓고 일주일 만에 모 숨구러 가는 거럴 안 말긴 거도 글코, 마 빚내서 남 퍼주는 거도 글치만도 젤 서러분 기 한동네 바로 저 있는 시동상네 사논 집으로 나가뿌신 거, 거거가 내는 제일로 그캅디다. 서럽고 화나고 우세스럽고…… 온 동네에 우세시키자는 거제예, 그기. ‘몬된 맏미누리가 시오마이 쪼까냈다’ 방 붙이는 거라예, 그기. 그카고도 사람들 붙들어 앉혀놓고 큰미누리 흉을 윽씨 봤어예, 그카니 동네 사람들이 낼 어?게 보겠으예. 그런다고 보선 속마냥 모가지를 화딱 까뒤집어 비이줄 수도 없고. 내는 지금도 그게 제일로 서러버예.”

하지만 지금은 손주들이 잘되는 이유를 ‘시어머니가 손이 남달리 커 많이 베푼 덕’에서 찾는다. “그때는 모?는데 내가 이자 시오마이가 돼보이 알겠더라고예. 미누리 때는 모릅디다.”
각골댁 이태경 할머니는 경북 청도군에서 시집을 왔다. 열다섯에 어머니를 잃은 그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할머니에게 받은 애정은 이태경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가득 메운다. 열여덟의 나이에 집을 떠나서는 없는 살림에 시어른, 시조모까지 모시며 살았다. ‘맏이 짓’을 하던 남편 덕에 없는 고생도 사서 한 셈이다. 이태경 할머니는 그 옛날, 홍역으로 여섯 살 난 딸을 잃었다. 그래서 지금 아들만 다섯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애지랑을 떨던 그 ‘가스나’가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이태경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다양한 노동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진술한다. 여러 작물을 키우고, 메주를 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명주실로 옷을 해 입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런 노동 이야기는 농촌 할머니들의 주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내가 어리석어가 우록에서 안 나간 거제

안동댁 유옥란 할머니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다. 위로 오빠가 하나 죽고, 밑으로 남동생 셋이 “문지방 기 넘어댕길 만하이 죽고 죽고 해서” 외동딸이 되었다. 화병으로 앓아누운 어머니를 살리려 한 굿이 독이 되어 어머니를 여의었고, 계모 두 분 밑에서 파란만장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첫 남편의 죽음 뒤에 우록리 남성과 재혼을 했는데, 그에게는 딸이 있었다. 시어머니는 다시 들인 며느리가 도망갈까 겁이 났던지, 혼란스러워하는 손녀를 서울로 보내버렸다.

“넘들은 마 달린 입이라 말을 하겠지. (…) 지도 새오매 밑에, 계모 밑에 자랐으믄서 전처 아를 쫓가냈다 카마 별 억지가 많더라. 내 젊어서는 지랄지랄을 했지만도 이자는 뭐 괘않다. 나이 들어보이 딱 말 나게 생겼더라 마. 안 글나? 계모 아래 커놓고 지도 못된 계모 되는 딱 그거 아니가? 그래 마 지금은 내 죄구나 그칸다. 내 그리 태어난 게 죄고, 갸 어려서 서울 가는 거 안 막은 죄다. 마 우야겠노… 이제는 넘들 말질은 마 아무치도 않다. 갸가 젤 불쌍코, 어려서 오매 죽어뿐 내가 불쌍타. 우야겠노…….”

그 아이는 ‘계모’ 유옥란 할머니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할머니는 아이가 아버지의 제사에라도 와주기를 바란다. 계모들 밑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당신이 남편 전처의 아이와 화해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서러움과 한을 모두 녹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록1리에서 태어나 환갑이 넘도록 이 산골에 살고 있는 김효실은 꿋꿋한 성미의 소유자다. 어릴 적부터 도시로 나가 살고 싶었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외지 남성과 결혼하여 결국 마을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빨치산에게 총을 맞아 불구가 된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를 두고 도저히 우록을 나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친정서 14년을 꼬박 하고, 여 와서도 5, 6년 했지. 나중에는 담배 따는 거도 기계라.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닥. 손이 뭐, 기계 한가지라.” 스스로 “담배 따는 기계”라 부를 정도로 담배 농사를 많이 지어 동생들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그들과 등 돌리고 산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모든 형제가 한자리에 모여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우록을 떠나지 못했던 한도, 식구들에게 받은 상처도 자연에 살다보니 누그러진다는 김효실은 이제 ‘담배 따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제사도 하지 마라 칸다
내 죽고 나가 그거 하믄 뭐하노

창녕댁 곽판이 할머니는 우록 마을의 ‘큰형님’이다. 올해로 만 91세가 된 그는 스무 살에 혼인해 우록리로 들어왔다. 이 산골에서만 70년을 산 셈이다. 마을의 그 누구보다 긴 세월을 살아와서 곽판이 할머니는 죽음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제사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나 죽으면 화장해라.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한다. 맛있는 건 제삿밥으로가 아니라 살아서 먹어야 한다는, 죽음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그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넘어설 수 없는 대범함이 느껴진다.

“‘화장해가 뿌리뿌라. 산에 떤지뿌라. 영감 ?에 갈 필오 없다’ 내 만날 그칸다. 죽어?는데 영감 마누라가 어딨노? 살아서 영감 마누라지, 하하하. 인연은 살아서로 끝나는 거라. 그라이 살아서 서로 잘해야 되는 기라. (…) 혼이 죽으마 삼혼칠백이라. 사람이 죽으마 나무둥치라 그 말이다. 아무 소용이 없고 나무둥치랑 한가지라 그기야. 내 숨 떨어져봐라. 죽어가 태우니 뜨겁다 카나, 떤지이 아푸다 카나. 죽으마 아무것도 모린다.”

수점댁 임혜순 할머니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육이오 피란 때 찰밥을 대소쿠리 하나를 해가 가가고, 떡도 쪄가 가갈” 정도로 친정이 잘살았다. 그런데 열여덟이 되던 해에 우록으로 시집을 와보니 지독히도 가난한 일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농사도 안 되는 산골짜기에서 죽어라고 일해 긴 세월을 견뎌내며 느낀 보람은 나이가 들어 몸이 망가지자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결혼할 당시 일곱 살이었던 남편의 막내 여동생도 친동생처럼 키워 시집보냈건만, 얼마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온 게 다 한심하고 속에서 불떡증이 난다”는 임혜순 할머니는 지금이라도 자유롭게 펄펄 날아다니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그러나 괴로운 과거를 더듬으며 우울의 요소를 찾아내려는 그의 구술에는 조금이나마 상실감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산골 할매들의 공동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는 게 너무 시장스럽고 허프다”가도 “경로당 가마 우리 또래가 여럿이고, 나이 많은 할마이는 팔십 넘기도 하고 (…) 두 시만 되마 다들 모이니께네. 지끔 내 귀가 근질근질하네요. 보자, 하마 세 시 넘었네예. 얼른 가야는데”하며 웃는다. 그렇게 그들의 역사는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서로가 삶을 견뎌낼 수 있도록 조금씩 힘을 보탠다.


목차


머리말
첫 번째 삶 “내 살은 거를 우예 다 말로 합니꺼” 조순이(대촌댁), 1937년생
두 번째 삶 “나 살아온 거야 좋지도 안 하고 나쁘지도 안 하지 뭐” 유옥란(안동댁), 1942년생
세 번째 삶 “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베 짜는 거만 머리로 드가고” 이태경(각골댁), 1935년생
네 번째 삶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 김효실, 1954년생
다섯 번째 삶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야 하는 거라” 곽판이(창녕댁), 1928년생
여섯 번째 삶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앉는 기라” 임혜순(수점댁), 1942년생
부록 _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한 그녀들의 말
- “여자 일생이라는 게 사람 사는 게 아니지” 김성진의 우록리 이야기
에필로그 _ 기억과 말을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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