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셜록 홈즈가 있다면, 동양에는 아케치 고고로가 있다.
“에도가와 란포가 창조한 일본 최초의 탐정
아케치 고고로의 대활약 제4탄,
‘인간개조술’이라는 엽기의 등장”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시리즈가 순항하고 있다. 제4권 <엽기의 말로>가 출간되었다. 에도가와 란포가 즐겨 사용한 ‘인간개조술’이 펼쳐진다. 인간개조술은 ‘일인이역’과 ‘투명인간 갈망’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이다. ‘란포의 작품은 대부분 일인이역이거나 그 변형에 불과하다’라는 평을 받곤 했지만 란포는 원래부터 ‘투명인간 갈망’이 이상할 정도로 강하고, ‘투명인간 갈망’ 중 ‘인간개조술’만큼 이상적인 것은 없다고 고백한 바 있다.
란포는 <엽기의 말로>를 하쿠분칸의 <문예구락부> 편집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간청으로 오직 아이디어만 가지고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이야기 전개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소재가 고갈되어 6개월 만에 연재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중간에 제목도 ‘흰박쥐’로 바꾸며 심기일전 해보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결국 지리멸렬하게 끝났다”고 자평을 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전편 ‘엽기의 말로’와 후편 ‘흰박쥐’, 그리고 ‘또 하나의 결말’이라는 구성이 이루어진다. 1946년 닛세이쇼보에서 출간된 《엽기의 말로》는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하는 후편 ‘흰박쥐’를 삭제하고 대신 ‘또 하나의 결말’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단행본은 잘 팔려서 이상했다고도 말한 책이기도 하다. 여러 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실패작이지만 재미는 있다”고 단서를 붙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엽기의 말로>가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온다 리쿠의 말대로 드넓은 도쿄를 배경으로 끝없는 펼쳐지는 미행극이기 때문이다. 구단 야스쿠니 신사의 초혼제, 혼조의 변두리 활동사진관, 데이코쿠 호텔, 연말의 복잡한 긴자, 고지마치의 한적한 주택가, 간다의 잡지사, 료운가쿠가 사라진 아사쿠사, 이케부쿠로 교외의 썰렁한 벌판…… 얼굴이 시나가와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유령남을 찾아다니는 미행극은 그가 벌이는 엽기 행각이기도 하지만 도쿄라는 도시를 완벽한 탐정소설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