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이 남산예술센터에 대해 일방적인 임대 계약 해지를 요구한 이후 연극계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이하 공공정비)’를 구성하여, 임대와 반환이라는 불안한 구조 속에 반복될 극장의 운명에 대해 함께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한국연극사 속의 드라마센터의 위상을, 공공재로서의 드라마센터의 문제적 위치를 다시 소환하여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와 함께 유치진 일가의 드라마센터 사유화 과정을 실증적으로 연구 검토하고 이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있었던 세 차례의 공개 포럼에서 나온 글과 기존의 논문들을 선별하여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 책은 유치진과 드라마센터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의 결과물이지만, 분명코 향후 연구 기록 작업의 출발선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는 1962년 사회적 협의하에 설립된 드라마센터가 남한 연극 계보의 중추, ‘한국 연극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며 숭앙되었던 유치진 개인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어떻게 종속되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센터는 귀속재산이자 국유재산이었던 예장동 8번지가 ‘불하’된 것이며, 이는 허정 과도정부와 제2공화국, 5·16 쿠데타 세력, 제3공화국, 유신독재체제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국가공권력의 비호와 특혜 속에 불법과 편법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예장동 8번지는 일제 식민지배의 본당이었던 통감부와 조선총독부 구청사가 있었던 장소입니다. 식민지 역사의 아픈 과거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민족연극의 앙양이라는 명분 아래 이 땅을 포함한 각종 특혜가 유치진에게 제공되었던 것입니다. 예장동 8번지의 불하 과정은 어떻게 친일반민족 세력들이 식민 권력, 냉전 권력, 독재 권력에 기대어 오늘날까지 그 맥을 잇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2부는 한국 역사, 작게는 한국연극사에서 ‘부재’하는 ‘공백’의 시기로, 지워버리려 애썼던 유치진의 친일 연극 행적에 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일면 오늘 우리 사회에 배태된 모든 모순과 부패의 배경이자 원류일 수도 있는 친일과 그 청산 문제와 관련하여 연극인 스스로 뼈아픈 자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 이 역시 드라마센터 건립 과정과 상관성이 깊기에 동시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