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파기로 야기된 한 집안의 대립 ‧ 갈등 ‧ 해결 과정을 통해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일종의 알레고리 기법으로 써진 가족 소설
이 소설은 2016년 첫 촛불 집회가 열리던 시월 마지막 토요일 저녁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향민이자 대한빌딩 소유주인 최대한의 일흔 번째 생신날, 일 년 전 불륜 사실이 발각되어 그 무마용으로 대한빌딩 소유권을 처 도축자에게 양도하겠다는 걸 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표하기로 각서까지 써 주었으나 최대한은 이를 묵살한다. 이에 분노한 도축자는 각서 봉투를 가져와 공개하지만 그 속에는 빈 편지지만 들어 있다.
최대한과 첩자의 소행이라고 판단한 도축자는 사흘 내로 자수하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선언하고, 최대한은 고명딸 최정혜를 시켜 은밀히 설득을 시도하나 무위에 그친다. 사흘이 지나도 변화가 없자 도축자는 행동에 옮긴다. 가족 중 유일하게 도축자의 말을 믿는 막내며느리 강지혜가 참다못해 자신이 범인을 밝혀내겠다고 자청한다. 그 때문에 강지혜는 가족들의 눈총을 받고, 그런 가운데 범인 찾기에 골몰하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종질이자 관리소장인 도철식의 조언을 받는 도축자는 최대한을 압박하기 위해 불륜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흘려도 보고 투신 쇼까지 벌여 보지만, 죽마고우 박유식의 조언을 받는 최대한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에 도철식은 초교 교장 출신의 장인환(최대한의 자형)에게 익명으로 최대한의 불륜 사실을 제보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인환은 최대한을 압박해 마침내 자백을 받아낸다.
그러나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도축자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최대한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가정의 평화와 강지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착각했노라고 거짓 실토한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최대한의 의도대로 해결되는 듯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강지혜가 집요한 노력 끝에 범인을 밝혀냄으로써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이 소설은 요소요소에 촛불 집회로 촉발된, 당시의 급박한 정국 상황을 뉴스 형식으로 전달하고 종국엔 사건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촛불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단순한 가족 얘기가 아니라 다른 어떤 함의(알레고리 형식의 작의)가 숨어 있음을 마침내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