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채와 무늬의 그림으로 보여주는 남재정 시인의 ‘마음의 원천’
78세의 늦깎이 시인 남재정이 첫 시집 『내 마음 가는 길』을 출간했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던 남재정 시인은 약 3년 전부터 시창작 강의를 들었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시를 습작했고 만 2년 동안 쓴 시를 엄선해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남재정 시인의 시의 원천은 ‘마음’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하거나 원인을 찾지 못할 때 두루뭉술하게 말로 마음을 앞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때그때의 개념 규정을 위한 요소들의 조합을 달리할 뿐, 정신과 심리 영역과 별개의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시집 『내 마음 가는 길』에는 시인의 ‘기억과 의도’(시인은 이를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 드러내지만)가 질펀하게 녹아든 마음이 원천이 되어 다양한 색채와 무늬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다.
남재정 시인은 인간의 본성에서 발원하는 시의 정신을 섬기고, 그 말을 받아서 시를 쓰는 ‘생득(生得) 시인’이다. 원하고 갈구하는 사람에게 신이 임하듯이, 시 또한 부르고 갈망하는 사람에게 내리는 언어의 축복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남재정 시인이 살아온 인생의 페이지들 중에 가장 소중하고 뼈아픈 장면들을 불러내어서 상처를 보듬고 위무하고 있다.
남재정 시인은 스치는 풍경들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 소멸해가는 인생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시간의 방랑자로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시적 상념들을 담담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내 마음 가는 길』에 실린 시 전체가 ‘인생길’을 수행하는 하나의 시편으로 읽힌다. 시집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향하는 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기실은 시인 자신의 노고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남재정 시인의 마음이 생성되고 변화하고 재안착하는 재귀적인 순환을 보여주는 상징은 ‘집과 길’이다. ‘집과 길’은 언제나 인생의 비유였고, 시대나 매체의 변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불변의 도구였다. 남재정 시인은 자기 시의 원천인 마음을 나무와 담장과 꽃들과 관계없이 활짝 펴는 것 못지않게 자기 언어로 직조(織造)한 마음의 색채와 무늬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생의(生意)’가 시를 계속 생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