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기호학은 이름 그대로 시각기호를 대상으로 시각기호의 정의와 의미작용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각기호학이란 분야는 이미 1974년 밀라노에서의 국제기호학회 제1회 학술대회 프로그램부터 등장하여 이후 4년마다, 그리고 최근에는 2년마다 열리던 동 학회 학술대회는 물론, 여타 국제적 기호학술대회의 단골 세션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엇이 시각기호학인지 심도 있는 규명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시각기호학은 이제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각기호학은 자신의 대상과 방법, 그리고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여야 한다. ‘시각기호학’이란 합의되지 않은 이름의 영역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방대한 결과물을 정리하고 연구방법론을 정립하는 일은 시각기호학의 학문적 체계 수립을 위한 필연적인 단계이다. 시각기호학이 기호학의 하위 영역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대상을 확립하고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지만, 이 역시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기호를 시각 등의 감각별로 분류할 수 있는가의 논의는 별도로 하더라도, 국내외에서 시각기호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많은 연구들 역시 다양한 관점들과 이론(異論)들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시각기호학이라는 영역 역시 경험적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과 통섭의 관점에서 시각기호학의 다양한 하위 패러다임을 상호 대조하여 시각기호학 고유의 영역과 대상을 설정하고 이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미지의 의미작용을 기술하는 새로운 메타언어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야심적인 기획일 뿐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 가능하며 이 단계에서 실현 가능한 연구 주제였다. 이 책은 시간적으로는 1960년대 구조주의 기호학의 성과에서부터 최근의 디지털 담론에서 시각기호학이 차지하는 합당한 자격과 위치까지를 포괄한다. 공간적으로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 생산된 주요 연구물을 리뷰하고 이를 통해 시각기호학의 하위 학파들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상호 대조하고 각각의 효용성과 설명적 충족성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적이면서 더욱 효과적인 일반 시각기호학 연구의 메타언어를 제시하고 이를 검증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제I부에서는 서론과 시각기호학의 이론적 배경 및 태동, 일반기호학과의 상대적 영역을 정계한다. 제II부에서는 시각기호학 인접학문과 연구의 통시적 고찰한다. 제III부에서는 시각기호의 연구대상별 접근으로, 개별 대상을 분석한 선행연구들을 조망한다. 제IV부에서는 시각기호학의 정체성과 향후 학문에서 시각기호학의 위상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