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문화의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
주련柱聯이란 마음에 새길 만한 좋은 글이나 자랑할 만한 내용을 나무판 또는 한지에 써서 건물 기둥에 걸어 장식한 것으로, 두 장씩 짝하여 뜻이 통하고 글자 수에 따라 5언 율시와 7언 율시로 나뉘며, 내용으로 보면 기승전결을 이룬다. 향교나 서원에서는 유교의 가르침을 주로 걸었고, 사당이나 정자, 고택 등에서는 모시는 분이나 주인이 지은 한시, 또는 그분을 칭찬하는 글이나 자손에게 당부하는 글귀를 걸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산재한 주련을 품은 문화재를 답사하여 옛 선현들의 멋과 향취를 되살리려는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다.
밀양 박연정에 걸린 공산회맹일여제의사공부(公山會盟日與諸義士共賦)
吾?令日問何辰 漂泊東南泣?塵 오제령일문하진 표박동남읍도진
嘔血幾嗔江上虜 臨危遙憶意中人 구혈기진강상로 림위요억의중인
張巡冒刃惟全義 諸葛惟恩卽許身 장순모인유전의 제갈유은즉허신
戰陣忍忘無勇訓 一編曾傳誦頻頻 전진인망무용훈 일편증전송빈빈
우리들의 오늘 모임 어떤 날인가? 동쪽과 남쪽으로 떠돌며 칼이 다 닳도록 울었네.
피를 토하며 왜적을 꾸짖은 것은 위급한 때를 만나 임금을 위함이라
장순은 칼날 아래 의로움을 지켰고 제갈공명은 은혜를 위해 몸을 바쳤다.
어찌 잊을 건가 전쟁터에서의 무용담을, 증자 글 한편을 가슴 깊이 새기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