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출간되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제주4·3》에 더해 집단 학살의 증언과, 특히 역사의 혼돈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증언과 함께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강요배 화백의 ‘4ㆍ3 연작’ 가운데 여러 작품을 수록해 그날의 참혹함과 억울함을 생생하게 더해준다. 더불어 제주도의 4·3유적지를 자분자분 동행하며 ‘그날’을 설명해준다.
현대사 최대의 비극 제주4·3
그것을 모르고서는 역사의 한 줄도 나아가지 못한다!
기억하라, 3만여 명의 애절한 통곡을!
되새겨라, 저항과 아픔의 역사를!
‘제주4·3 국가추념일 지정’,
예순여섯 해 만에 통곡할 자유를 얻다
예순여섯 해. 한 사람이 태어나서 이제 초로에 들어선 그 긴 세월. 입 막고 눈 감고 머리 숙이고 살아온 예순여섯 해. 부모형제 일가친척의 죽음에 눈물은커녕, 제사조차 숨어 지내야 했던 예순여섯 해. 영혼조차 자유를 얻지 못했던 그 긴 세월,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는 이제야 처음의 그 자리에서 통곡할 자유를 얻었다.
그렇다고 ‘4·3’이 침묵 속에 억울함과 슬픔을 넣어두었던 것만은 아니다. 1960년 4·19에서 시작된 ‘역사 바로 잡기’는 5·16쿠데타에 꺾이고 유신체제와 군사독재정권에 짓눌렸으나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면서 그 목소리를 높여갔다. 2000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에 ‘국가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진상 보고서가 채택된다. 이에 국가를 대신한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드디어 66주기인 올해 ‘국가 추념일’로 지정돼 온 나라가 그 희생에 머리 숙이는 날을 맞은 것이다.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제주 민중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4·3’ 연대기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어려워서가 아니다. 오히려 시인인 지은이가 지극히 쉬운 문체로, 말하듯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4·3이야기다. 하지만 한 자, 한 줄, 한 쪽을 허투루 지나치기가 어려운 깊이를 글의 안팎에 담고 있다. 지은이는 4·3의 발단과 전개, 그 끝나지 않은 역사를 섬 사람들에게 바짝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 몸짓 심지어 침묵까지도 담아냈다. 지은이 역시 그들 중 한 명이기에 독자는 더 가슴 저미는 생생함을 느낄 것이다.
저자는 8년 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출간되어 일본과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제주4·3》에 더하여 집단 학살의 증언과, 특히 역사의 혼돈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증언과 함께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강요배 화백의 ‘4ㆍ3 연작’ 가운데 여러 작품이 들어 있어, 그날의 참혹함과 억울함을 생생하게 더해준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쓰인 것은 아니다. 4·3은 역사이기에 해방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별면으로 붙이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더욱이 온 섬이 학살터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제주도의 4·3유적지를 자분자분 동행하며 ‘그날’을 설명해주는 부록도 책 뒤쪽에 있다.
이를 알지 못하면 우리들은 학살터 위에서 골프를 치고, 기업 수련회를 열고, 신혼여행·효도관광·걷기여행을 하는 셈이다. ‘모르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그리 멀리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역사는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게 하는 책. ‘내일’이 ‘오늘’, ‘어제’를 묻는다면, 우리는 주저함 없이 ‘4·3’을 들려줘야 한다.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그런 책이다.
지은이의 말 중에서
오로지 살고자 산으로만 다니다 보니 ‘산사람’이 되었다던 중산간 마을의 할머니도 세상을 떴다. 살기 위해 이 땅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이들, 그들은 떠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캄캄하고 불안한 항로, 똑딱선을 타고 가며 얼마나 떨었는가. 쓰는 내내 그 시국을 살아내야 했던 그해의 눈빛들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4·3은 미래 세대, 후손들을 위한 희망이어야 한다며 힘겨운 기억을 꺼내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추천의 말 중에서
제주4·3이 우리나라 역사의 여정 전체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찾아내고, 제주4·3이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미래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우리는 발견해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그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3만여 명의 무고한 희생이 그냥 허공에서 사라지고 땅속에 파묻혀버리고 맙니다. 아무런 열매도 맺지 못하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_강우일 주교, 천주교제주교구장,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해협의 수평선을 자신의 가슴으로 삼은/ 한 누이의 사명이 여기 있으니,/ 해협의 병풍을 두른 조상의 화산회토를/ 자신의 형이상학으로 삼은 한 비바리의 순결이/ 여기 있으니,/ 해협의 피어린 역사를 한평생의 의식으로 삼은/ 지조가 여기 있으니,/ 시인 허영선의 진지한 ‘4?3’은 하나의 기록 행위 그 이상이다./ 초혼의 세계이다./ 또한 허영선의 ‘4?3’은 과거가 아니라/ 오도와 망각을 타파하는 시적 현재로 엄중하다.// 다 읽었다. 한 번 더 읽어야겠다. 오늘 밤,/ 제주도의 파도 소리를 꿈꾸고 싶다. _고은 시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4?3은 시인이 써야겠구나’ ‘시인이나 소설가, 화백이 가슴에 파고드는 진실을 정말 잘 그려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