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원고 상태로 묵혀 있다가 실로 4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원고는 모두 지난 2015년 본원 사전학센터의 학술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이다. 당시 주제가 ‘디지털 환경과 사전의 변화’로, 20세기 후반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사전의 변화를 확인하고 미래를 조망해 보자는 의도에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우리가 판단한 사전의 변화는 비단 그 내용과 형식뿐만 아니라 편찬 방식, 편찬 주체, 이용자, 매체, 제작 환경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그로 인해 사전 생태계가 십수 년 사이에 요동쳤다고 평가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에서 사전을 편찬하고 연구하는 우리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국립국어원에서는 국민이 참여하여 만들어 가는 ‘개방형 지식 대사전’을 마무리하는 단계여서 디지털 시대의 국어사전을 언어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논의가 꼭 필요하였다. 그리고 사전학, 사전 편찬 방법론, 사전 활용의 측면 등에서 이미 앞서 나아가고 있는 영어사전의 현황을 통해 디지털 사전의 변화 양상을 짚어보는 것은 우리나라 사전 편찬의 미래를 조망하는 데 꼭 필요한 주제였다. 한편, 집단지식으로 대표되는 위키백과와 포털을 통해 제공되는 조합형 용어사전의 막강한 힘에 맞서 정통 백과사전의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백과사전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도 고민해 보아야 했다. 아울러 디지털 사전의 총아인 멀티미디어 정보가 사전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그 역사와 새로운 변화를 확인하는 일 역시 중요했다. 이 모든 부문의 상황을 고려하여 변화의 양상을 정리한 다음 새로운 사전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다루는 것으로 주제를 갈무리하고자 하였다.
이런 의도로 1장에서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대해 다루었고 2장에서는 해외 디지털 사전의 발전 배경과 변화 양상을 살폈다. 3장에서는 웹에서 서비스 중인 백과사전 정보에 대해 ‘지식’의 차원에서 접근하여 그 효용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4장에서는 사전의 시청각 정보가 종이사전과 전자사전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였다. 5장에서는 사전 환경의 다양한 변화를 살핀 다음 새로운 필요성을 강조하고 가능성을 모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