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균형 잡힌 시각, 객관적 서술…
과거를 직시하여 미래의 길을 찾는다!
한때, 우리 근현대사를 긍정적 시각으로 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난 적이 있다. 이른바 ‘자학의 역사관’을 멈추고 새로운 시대의 역사를 써보자는 주장이지만 그 내용은 무척 당혹스러웠다. 일제의 침략도 칭찬받아야 할 면이 충분히 있으며 우리 역사를 파국으로 이끈 장본인들 역시 국부요,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요즘은 우리 민족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자는 주장이 거기에 더해진 것 같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 하고 선동 당하길 좋아해 열등하며, 그런 한국인이 쓴 근현대사에는 거짓이 많다는 것이다. 정리하여, ‘자학의 역사관’은 멈추고 ‘민족에 대한 자학’을 해보자는 이 주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면이 있다. 그래도 민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현대사를 말하는 입장에서 낯설지 않다. 백여 년도 더 전에 친일의 길로 들어섰던 지식인들과 일본인들이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퍼뜨렸던 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라는 게 늘 긍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민족이라는 것도 늘 자랑스러운 면만 갖고 있는 건 당연히 아니다. 과도하게 우리 민족의 위대함을 역설하거나 우리 조상의 업적을 세계 최대, 세계 최고로 찬양하는 모습 역시 최근 들어서는 배척받는 추세이긴 하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과거의 영광에 기뻐하고, 우리 민족의 위대함에 우쭐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좋은 점은 좋은 점대로, 그렇지 못한 점은 그렇지 못한 점대로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 최소한 현재를 보는 자기만의 시각을 갖기 위해서다. 그러니 많고 많은 사료 중 일부만을 모아 일방적으로 역사나 민족을 긍정이나 부정 어느 한 쪽으로 주장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물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거기에 더해 사상과 진영 논리까지 섞여 들어가 역사가 정치에 악용되기까지 한다. 다소 민감한 이슈일 근현대사를, 애써 책으로 모아 펴낸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이 책은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 근현대편>의 개정판이다. 초판 이후 역사학의 성과를 반영하여 달라진 내용을 바로잡았고, 근현대사에 걸맞게 내용을 아주 최근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흥미로우면서도 역사에 도움이 될 몇몇 글을 새로이 삽입했고, 디자인을 전면 쇄신하며 도판 역시 수정 혹은 추가되었다. 다만, 역사와 역사학마저 오용될 위기에 놓인 지금, 사실은 사실대로, 의견은 의견대로 구분해 담담히, 그 가운데 독자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제시한다는 책의 기본 성격만은 변함없이 유지하도록 했다. 역사를 두고 편파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요즘 현실에, 독자가 자기만의 주관으로 역사를 볼 수 있게 되기를, 최소한 이 책이 역사라는 흥미로운 길로 들어서는 가교 역할이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