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절에는 옷장 대신 내 마음부터 정리해 보기로 했다
『감정에 체한 밤』 식식 작가의 신작
어수선한 마음을 가만가만 헤아려 주는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
바람의 결이 달라지면 나무는 꽃을 피워 내거나 낙엽을 떨구며 낯선 온도를 한껏 반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다가오는 계절을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어느 계절의 끝자락에 서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되는 순간들, 모든 게 버거워 자신을 보살피지 못했던 지난날에 미안함이 남는다. 『감정에 체한 밤』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 식식 작가는 매년 새 계절이 찾아오듯 우리에게도 다음이 있다고, 충분히 아쉬워했으니 괜찮다며 우리의 마음을 담담히 헤아려 준다. 도톰한 옷들로 옷장 속 서랍을 채우고 정리해 나가듯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상념도 서랍 속에 알맞게 칸칸이 나눠 담아 보면 어떨까. 어제를 한결 안녕히 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감정은 오늘의 서랍 속으로
이번 계절에는 내 마음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불편한 구두를 신은 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신을 벗어던지고 발을 쉬게 한다. 비를 맞고 돌아온 날이면 젖은 외투가 잘 마르게 널어놓기도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기도 한다. 나의 일부가 되어 함께한 것들을 살뜰히 살피는 것이다. 저자는 옷을 정리하는 일에서 나아가 자신의 마음도 돌아보며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지만 결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보자고 말이다. 목적에 따라 서랍의 칸을 나누어 쓰듯 내 감정도 뭉뚱그려진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고 나만의 서랍으로 넣을 수도 있다. 먼저 저자는 습기부터 제거하자고 한다. 나와 가족, 내가 선택할 수 없던 관계를 돌아보며 깊은 수심에 빠져도 스스로를 건져 올려 볕이 잘 드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은 각자 지나온 시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다. 그것은 눅눅함으로 남거나 특유의 냄새로 남아, 내가 이런 일들을 겪어 왔노라고 티를 낸다. 때로 그것은 어떤 외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귀를 틀어막으면 당장의 외면은 가능하겠지만 나의 일부를 고스란히 썩히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_p13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려도 혹시나 싶어 남은 짝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아직 내 곁에 남아 있는 이들을 잊지 않는 것. 빛바래고 오래된 남루한 옷에는 안녕을 고하듯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인연은 미련 없이 놓아 주는 것. 바로 저자만의 처방이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감정에 체한 밤』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간결한 울림을 준 저자는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에서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 나간다. 어쩐지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글들은 분명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