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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 마르크오제
  • |
  • 이음
  • |
  • 2019-09-20 출간
  • |
  • 136페이지
  • |
  • 130 X 188 X 12 mm / 169g
  • |
  • ISBN 978899316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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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세계적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유년의 몽타주!

영화 [카사블랑카]는
세계적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유년으로 가는 ‘문’(門)이다!

“영화관의 불이 모두 꺼진다. 우리 모두는 [카사블랑카]를 다시 보려고 한다.” (14쪽)

‘네 살 때 기억을 떠올려보자’라고 말한다고 해서, 네 살 때의 기억이 저절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기억은 일종의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어 있기에, 아무리 애써도 떠오르지 않지만, 불현 듯 예기치 못한 순간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하고, 특정 노래나 영화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시절이 통째로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때 기억의 매개체가 되는 것은 겉보기에는 단순히 노래 한 곡이나 영화 한 편처럼 보일지라도 기억의 당사자에게는 전혀 다른 무언가로 존재한다. 시간은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만들며, 그것을 입구 삼아 우리는 수많은 과거를 마주할 수 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 프랑스의 마르크 오제에게는 영화 [카사블랑카]가 그런 존재다. 이 책에서 그는 ‘카사블랑카’ 라는 이름이 기억의 촉매제이자 다양한 회상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하고많은 영화 중 왜 하필 [카사블랑카]일까. 이 영화가 실제로 오제가 유년을 보낸 1940년대에 개봉하여 그의 유년에 큰 영향을 미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이 형성되기 시작할 만 4세 무렵 오제가 경험했던 피난이나, 직접 목격했던 삼촌과 숙모의 모습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장면과 오버랩되어 그의 주요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그 영화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그 영화를 떠올림으로써 과거를 다시 사는 게 아니라 미래를 다시 사는 것 같다”고까지 서술한다. 그런 오제에게 ‘카사블랑카’란 더 이상 모로코의 도시도 아니고, 오래된 영화의 제목도 아니다. 자신의 유년시절로 되돌아가게끔 하는 일종의 문(門)이다.

“나는 카사블랑카를 잘 모른다. 나는 그곳에 두세 번 정도 짧게 머물렀을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꿈꾸었던 도시는 라탱 지구에만, 마이클 커티즈의 영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20쪽)

영화와 실제 생활 경험이 뒤섞인 기억들은 마르크 오제 개인의 고유한 역사를 이루게 되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기억들을 끼워 맞추며 흐릿한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카사블랑카]를 이정표 삼아서.

기억의 몽타주

마르크 오제의 저서로, 국내에는 지난 2017년에 출간되어 여전히 주목받고 있는 『비장소: 초근대성의 인류학 입문』 이후, 최근에는 인문 에세이 『나이 없는 시간: 나이 듦과 자기의 민족지』가 출간되었다. 이 두 권의 책은 그사이 오제에 매료된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순서로서는 세 번째인 『카사블랑카』는 오제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하지만 오제는 『카사블랑카』의 모토 글에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라 몇몇 기억의 ‘몽타주’다”라고 씀으로써 이 책이 단순한 회고의 자서전을 넘어선, 인류학자이자 영화학자로서의 ‘시대를 통과한’ 인문 에세이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카사블랑카』는 상당히 이례적인 책으로, 오제에 매료된 독자는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유년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개인 마르크 오제를 만나볼 수 있다. 인류학자로 평생 인간을 연구했던 그는 이 책에서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오제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영화 [카사블랑카]를 매개로 떠오르는 조각조각의 기억들의 전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유년시절을 재구성, 즉 몽타주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기억은 무엇이고, 왜 그는 이 작업에 그토록 몰입하는가. 이에 대해 그는 “자기 과거를 잃는다는 것―알츠하이머병에서처럼 가장 오래된 기억들이 최후의 저항 끝에 마지막으로 지워진다―은, 자신을 시야에서 놓친다는 것(se perdre de vue)이며, 다른 말로 하면 죽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서술한다.

학자로서의 마르크 오제가 아니라 개인 마르크 오제의 글을 읽는 건 전자에 비해 사소한 것인가? 하지만 개인의 역사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제외하고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에 언제나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의 역사를 끌고 온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마르크 오제의 유년시절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20세기를 가로지른 굵직한 사건과 맞닿아 있다. 그가 피난을 떠난 것은 개인적인 경험에 속하지만 동시에 그 배경에는 ‘독일의 파리 점령’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것이다. 그 거대한 역사는 다시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명 한 명의 개인사를 상기시킨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이 세상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인식하는 연속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기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오제는 기억이 만들어내는 고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기억은 불확실할 수박에 없으므로 기억을 확실히 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대조해볼 수 있는 타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의 기억을 증언해줄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때가 있다. 오제는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기억의 고독’이야말로 최악의 고독이라고 평한다.

이처럼 이 책은 마르크 오제의 ‘기억의 몽타주’에 관한 책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기억 전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생보다는 죽음, 시작보다는 끝에 더 가까운 저자가 자신의 시작점을 향해 영화 하나를 돛 삼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기억의 아름다움과 짠한 서글픔을 동시에 전해준다.


목차


1. 얼마 전부터 나는 가끔
2. 내가 맨 처음 <카사블랑카>를 봤던 때가
3. 어느 날 우리 마음에 든 영화는
4. 몽타주. 기계공학에서 빌려온 것 같은 이 단어는
5. 피난이 내 유년시절에
6.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릭(험프리 보가트)은
7. 이삼 년 전 내게 갑자기 불면증이
8. 인사를 드리려고 어머니에게 들렀던 날 밤에
9. 내가 옛날 영화, 특히 미국 영화에서
10. <카사블랑카>의 기원에는
11. 비극의 주인공들에게 그런 것처럼
12. 어떤 것도 흑백의 대립만큼
13. 한 개인의 역사가
14. 인도차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15. 나는 몽파르나스 역을
16. <카사블랑카>의 도입부에서
17. 어머니는 최근에 걷는 게 힘들어지셨지만
18. 나는 시간이 약간 흘러가기를
옮긴이 해제: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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