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수행문화의 원류 『황경정』 역주!
『황정경』을 알지 못하고도 수행을 할 수 있지만
『황정경』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동양의 수행론을 이야기할 수 없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 수행문화가 있다. 동양의 수행론은 수행을 정당화하기보다는 수행 자체의 목적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원초적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가가 동양 수행론의 목적이다. 원초적 생명력을 찾는 수행자는 보편적 존재화를 꿈꾸면서 생명의 고향을 향한다. 동양의 수행문화에는 특별함이 있다. ‘기(氣)’의 존재이다. 기는 무의식의 지층에서 발화하여 의식의 영역으로 올라오는 심상의 연원으로서, 희미한 ‘상(象)’으로 겨우 포착할 수 있는 무의식의 영역에 있다. 수행자는 기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호흡이 길을 안내한다.
『황정경(黃庭經)』은 태식(胎息)이라 불리는 호흡법과 존사(存思)수행 그리고 수행자의 몸에 관한 책이다. 태식법은 어머니의 배 속에 있는 태아처럼 호흡하는 수행법이다. 태아가 외기를 흡입하지 않는 것처럼 태식수행자도 내기를 호흡한다. 내기를 호흡하여 몸 안에 태아와 같은 성태(聖胎)를 만든다는 생각이 태식법의 핵심이다.
『황정경』에서 묘사하는 몸은 작은 우주, 신전(神殿)이다. 몸은 머리와 체간으로 나뉘고, 체간은 심장과 황정 그리고 단전으로 나뉜다. 오장은 여전하지만 성스러운 신들의 거주지로 바뀌어 있다. 속된 정액이 성스러운 하늘의 기운으로 바뀌는 과정, 하늘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와서 승화하는 절차, 승화했던 기운이 대시 내려오는 통로, 다시 내려온 기운을 몸 안의 신들이 흠향하는 장관(壯觀)과 그 결과 신화(神化)되는 몸에 관한 이야기가 『황정경』의 내용이다.
자세한 역주와 해설로 『황정경』의 내용과 의미를 온전히 드러내다
『황정경』에는 『내경경』과 『외경경』의 두 종류가 있다. 『외경경』은 도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문헌이다. 『내경경』은 4세기경 도교 상청파가 『외경경』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편한 문헌이다. 즉 『내경경』으로 불리게 된 문헌은 도교화된 『외경경』이다.
『황정경』은 동양 수행문화의 원류가 시작되는 곳 언저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황정경』은 번역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져 있었다. 이 문헌의 전통적 번역은 해석자의 편견으로 오염되어 있고, 국외의 현대역은 이들의 편견을 강박적으로 따른다.
이제 이 책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 왕희지본을 저본으로 『외경경』을, 『태상황정내경옥경(太上黃庭內景玉經)』을 저본으로 『내경경』을 해설하고 역주했다. 또한 양구자와 무성자의 주석본뿐만 아니라 현대의 연구물도 참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