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크』는 안무가 이양희가 지난 10년간 단시(Epigram)의 형식으로 써온 일기를 기반으로 디자이너 이경수와 함께 만든 '춤'이 공연되는 '책'이다. 공연 예술의 비물질성과 물질성, 영속과 비영속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 책에서 페이지의 전환은 곧 장면의 전환을, 선의 위치는 동작의 발생점을 뜻한다. 움직임의 속도와 강도는 선의 길이와 굵기로 제한된다.
낮의 끝과 밤의 시작이 만나는 '더스크(Dusk)'는 이양희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심상이며, 동시에 지난 10년간의 성찰과 각성의 시간을 의미한다. 시간과 장소, 신체의 형상, 색, 질감, 무게감, 혹은 그 모든 것을 통섭하는 정서. 안무가로서 이양희는 '더스크'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여러 요소들이 머릿속에서 동시에 형상화되는 것에 주목한다.
2011년 뉴욕에서 텍스트, 노래, 춤 등의 복합 매체를 통합한 퍼포먼스 형식으로 선행되었던 「더스크」와, 2018년 영상과 움직임, 조명, 사운드 세 가지 감각적 매체를 구동하여 여덟 시간의 퍼포먼스로 완성하고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의 형식으로 선보인 「더스크」에 이어, 이 책에서는 공연으로서 책을 통해 안무의 대상과 감상의 범주를 실험한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 이경수와 안무가 이양희는 리허설, 즉 동화 작용을 거쳐 배열, 선택, 부각, 위치, 첨가의 안무 메커니즘을 통해 공연을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