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 씨! 사는 곳이 어딥니까? 나이는 몇 살 입니까?”
경찰관은 무섭게 수리부엉이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왜 부엉이만 조사를 받습니까? 더 큰 죄를 지은 할아버지도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다른 경찰관이 말했습니다.
“아니, 내가 왜 조사를 받소. 도둑질은 부엉이 저 놈이 했는데.”
할아버지가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를 잡아왔다고?
대청호수가 펼쳐진 청남대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자리한 청주 상당경찰서 문의파출소에 어느 날 아침, 동화 같은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 닭을 키우는 농장주가 자신의 닭을 잡아 먹던 수리부엉이를 생포해서 자루에 담아온 사건이다. 물론 천연기념물이니 수리부엉이를 해치려는 생각은 아니었고 자기 닭을 십여 마리나 잃었으니 억울한 마음도 호소하고 행여나 보상을 받을 길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어찌됐든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파출소로 생포되어 오는 일은 적잖이 신기한 일이었다.
-문의파출소에서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청주 대청호수에 있는 작은 문의파출소 안에서 아주 잠깐 일어났던 일이 화제가 된데는 사건 자체가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던 것도 있겠지만 그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과 결말이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리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문의파출소에서는 잡혀온 피의자(?) 수리부엉이의 신병처리에 대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해 전문가의 조력을 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야생동물 전문가의 도움으로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를 근처 야산으로 무사히 돌려보내고 농장 주인에게는 맹금류에 대비해 닭장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조언을 주기도 했다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동시에 민원인들 간의 분쟁(?)을 적절히 조정해서 잘 처리한 경찰의 역할 수행 능력 또한 칭찬할 만한 일이다.
- 우리그림책 《문의파출소》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우리 주변에 흔히 살던 백로, 왜가리, 수달, 수리부엉이 등의 서식지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파괴되어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천연기념물'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고 법적으로도 보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동물들의 입장에선 원래 잘 살고 있던 곳을 다 부숴 없애놓고 뒤늦게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꼴이 아닌가?
멧돼지나 고라니, 두더지 등 동물뿐아니라 다양한 외래종 곤충류, 식물군까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자연 요인들이 인간과 갈등을 빚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고 그냥 이 지구의 수십억의 생물 중 한 개체에 불과하다. 인간이 행한 수많은 잘못으로 인해 지구 환경이 파괴되고 온난화가 가속되고 있다. 지구에 사는 동식물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면 인간도 그 지구에서 사라져갈 운명인 것은 아주 분명해 보인다.
이 문의파출소에서 일어났던 작은 소동(?)은 그런 면에서 볼 때 인간과 자연의 유익하고 유쾌한 공존의 한 장면을 잘 보여준 일화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