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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와 고고학

  • 시안존스
  • |
  • 사회평론
  • |
  • 2008-12-31 출간
  • |
  • 254페이지
  • |
  • 165 X 235 mm
  • |
  • ISBN 9788956029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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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고고학과 민족주의의 부적절한(?) 관계

‘고고학’과 ‘민족주의’만큼 서로 다르고, 그러면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을까.
오직 발굴된 유물과 그를 통해 밝혀진 객관적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가장 정직한 학문이라고 생각되는 고고학. 근대 이후 정치적․사회적 쟁점 중 가장 핵심적인 화두였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민족주의. 마치 산사에 칩거한 선승과 속세의 정쟁에 휘말린 정치인만큼이나 서로 달라보이는 이 둘은,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 온 애증의 관계이다.

고고학이 민족주의를 ‘과학적으로’ 강화하고 지탱하는 민족주의 고고학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나치 독일하에서 과거를 정치적으로 조작한 사례이다. 구스타프 코신나는, 독일 고고학에서 민족적 해석을 주도하였고 이를 나치 독일이 파시스트적이고 민족주의적으로 이용하도록 한 대표적 인물이다. 코신나가 개발한 ‘취락 고고학’이라는 민족적 패러다임은 유물 형식은 문화를 식별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고,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문화 지역은 과거의 부족이나 민족 집단의 취락 지역을 반영한다는 것이 그 기본 전제였다. 민족주의적 색채와 관련하여 그의 방법론 중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직계보학적 방법인데, 이를 이용하여 역사적으로 알려진 집단의 기원을 선사시대의 가상 집단에 대응시키고자 하였다. 코신나는 이 방법을 통하여 노르딕, 아리아, 게르만 우수 인종의 혈통을 인도-유럽인(또는 ‘인도-게르만인’)으로 연결시키는 시도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리아 ‘인종’에 태고적 성격을 부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리아 ‘인종’이 새로운 지역으로 계속 확장함으로써 역사 발전에 결정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며, 게르만족의 인종적․문화적 우월성을 주장하였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고고학과 민족주의가 여러 상이한 맥락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코신나의 고고학 연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이후에도 그의 연구방법은 많은 고고학적 연구에서 사용되었다. 트리거의 경우 ‘대부분의 고고학적 전통은 그 지향점이 민족주의적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주의 고고학’을 고고학 특유의 한 유형으로 보았다. 또한 여러 사례 연구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구성하고 영토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고학을 이용하는 예가 일반적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세기 덴마크에서는 민족적, 목가적 풍경을 구성하는 데 분묘나 고인돌 같은 선사시대 기념물이 이용되었으며, 워새과 같은 고고학자들이 독일의 침략에 맞서 민족의식을 재건하는 데 공공연히 나서기도 하였다.
또한 고고학은 민족이나 국가뿐만 아니라 훨씬 더 복합적인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관여하였으며,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할 때뿐만 아니라 약소국이 해방 이후에 자신들의 문화적 재생과 국가 건설을 하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통일된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이런 시도는 이전의 피지배 주민들에게 정당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국가 내에서 민족적 다원주의를 억압하고 토착 소수민의 존재를 계속 부정하는 문제도 있다.
이처럼 고고학은 현대의 문화 정체성과 복합적이고 광범위하게 교차되며, 대개는 본질적으로 공공연한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다.

민족주의 연구는 현대 고고학에서 매우 논쟁적인 영역이다.

이처럼 민족주의와 고고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왔다. 고고학만이 객관주의적이고 실증주의적인 방법론을 통해 과거에 대해 정당하고 권위 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과거에 대한 다원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객관성 개념의 지지를 받는 경험주의자의 입장으로 물러서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외부의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과거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시안 존스Siân Jones의 <민족주의와 고고학The Archaeology of Ethnicity>은 위에서 이야기한 여러 민족주의와 고고학에 대한 논쟁들의 갈피를 잡고 갈무리하는 데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족’의 실체는 무엇인가, 고고학 자료를 통해 민족 집단의 존재와 경계를 밝혀낼 수 있는가와 같은 민족주의 연구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들을 학사적 맥락의 고찰에서부터 정교한 이론적 논의, 그리고 실제 고고학 사례의 분석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학제 간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인류학과 여타 사회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론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고고학자의 저술임에도 불구하고, 민족 정체성과 관련된 인류학의 최신 이론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고고학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특히 현대 인류학의 정체성 이론을 소개한 3, 4, 5장은 그 자체만으로 별개의 이론서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심도 있고 체계적이다. 현대 인류학의 정체성 이론을 나열하여 소개하는 다른 문헌들과 달리, 이 책은 각 이론의 학사적 배경과 주요 이론가들의 논지를 자세히 고찰하고 있다. 나아가 각 이론적 입장이 갖는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여, 이분법적인 이론적 대립구도를 극복하려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민족성이나 정체성에 관한 인류학 이론을 접하고자 하는 일반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도 별도로 추천할 만하다.
현대 인류학의 민족성 이론이 고고학 연구에 갖는 함의를 모색한 내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물질문화를 연구하는 데 있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실체로 여기고 있는 ‘고고학적 문화’와 ‘민족’ 또는 ‘주민 집단’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 점이나 고고학적 문화를 과거 특정 민족 또는 주민 집단과 관련짓는 과정에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적용해 왔던 방법론에 대해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은 다소 당혹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고고학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의문시되고 논의되어 온 주제라는 점에서 한국 고고학에서도 마땅히 제기되어야 할 질문이자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 생각된다.


목차


서문
주요 개념

1장 서론

2장 민족과 문화에 대한 고고학적 식별
_문화역사
_사회고고학과 민족성: 양면적인 관계
_로마화의 사례

3장 차이의 분류학: 인문과학에서 인간 집단의 분류
_19세기 사상에 있어 인종, 문화 그리고 언어
_인종에서 문화로: 20세기 초․중반의 차이에 대한 개념화
_일차적 분류 범주로서 민족성의 출현

4장 민족성: 개념적․이론적 영역
_민족성의 개념화
_원초적 요구
_도구적 민족성
_통합된 이론적 접근은 가능한가?

5장 다차원적 민족성: 맥락적 분석틀을 향하여
_민족성의 실무적 정의
_민족성의 실천이론을 향하여
_민족성의 차별적 위치
_‘순수했던 것들이 엉망이 되어 가는가?’ 민족성의 역사적 모델

6장 민족성과 물질문화: 고고학의 민족성 해석을 위 한 이론적 모색
_고고학적 문화를 민족적 실체로 보는 시각의 문제
_양식과 기능의 이분화: 신고고학과 민족성의 개념 화
_양식적 소통과 민족성
_물질문화, 인간 행위주체성, 사회구조
_민족성과 물질문화

7장 결론: 과거와 현재의 정체성 만들기
_민족성에 대한 비교 이론
_로마화에 대한 재평가
_고고학과 정체성의 정치학

참고 문헌
역자 후기
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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