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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 F.스콧피츠제럴드
  • |
  • 춤추는고래
  • |
  • 2019-11-15 출간
  • |
  • 340페이지
  • |
  • 135 X 195 mm
  • |
  • ISBN 9791187867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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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옮긴이의 말]
자주 독서를 방해하는 이런 순간 때문에 이 소설의 독자는 무한대로 확장될 수 없다. 인내심이 있거나 심미안이 있거나 호기심이 강한 독자만이 개츠비를 최후까지 지켜볼 수 있다. 개츠비. 이 세 음절이 우리의 목젖을 꿈틀거리게 하고 오랜 꿈과 태평한 하루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돌아보게 한다. 개츠비를 만난 이상 더는 어제처럼 살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개츠비의 힘이다. 그는 묻는다.
“당신, 괜찮은 거요?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느냔 말이요?”
이 역시 대답할 말이 별로 없는 침묵의 사연이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에 대해 편안하게 떠벌릴 수 있단 말인가. 개 츠비가 죽고 그의 저택에 어두운 몰락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결코 안도의 몸짓은 아니다. 비탄의 몸짓도 아니다. 허공에 떠다니는 자신의 티끌 한 조각을 잠시 엿보았다가 외면 하고야 마는 죄스러움, 미진함이다.
그의 성공, 그의 불안, 그의 파티, 그의 사람들……. 모두 애처로웠다. 애처롭다 못해 그의 손에서 빼앗아 내동댕이치고 싶었다. 혹시 내 인생에 그런 것들이 포진해 있다면 누군가 뺏어서 그렇게 내동댕이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파티는 파티가 아니고 피티pity였다. 파티가 화려하고 사치스러울수록 개츠비는 가련해졌으며 독자는 연민을 느낀다. 그 화려함은 온전히 그의 소유가 아님을 어쩐지 개츠비가 알고 있는 것만 같아 더 목이 멘다. 외발소녀 앞에 놓인 최고급 하이힐 같은 파티들을 우리가 맘껏 즐길 수 없는 이유다.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한 뼘쯤 현실에서 떠 있다. 욕망의 등짐을 지고 허공을 부유한다. 젊고 뜨겁고 서툴고 자기파괴적이다. 가증스러울 만큼 속물적인 제스처는 거기서 나온다.
아무리 잘해도, 애초에 아무리 잘할 수도 없는 일이 번역이지만, 번역 원고에서는 쉽게 손을 떼지 못한다.
이거 제대로 문맥을 짚은 걸까 싶은 문장은 도처에 널려 있다. 몇 번이고 다림질을 해서 문장을 펴도 영 눈에 차지 않는다. 이렇게 해도 말이 되고 저렇게 해도 말이 되는 문장들. 피츠제럴드의 길고 복잡한 문장을 단문으로 끊어 번역하는 일은 내내 확신을 갖지 못하게 했다. 대화는 지나치게 짧고 불친절하며(인물 들의 심상이 그러하니) 지문은 정말이지 오리무중인 것들이 많았다. 피츠제 럴드가 크게 화내지 않기를 바라며 그가 숨 가쁘게 길게 늘어놓은 문장을 짧게 간추렸다. 의미는 크게 손상 되지 않았으리라고 믿는다.
번역은 반역이라지만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찌 저 먼 나라의 낯선 말들로 쓴 소설을 읽을 수가 있을까. 태생적 오류를 안고 번역을 할 수밖에 없다. 번역, 참 지루하고 고된 노동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설의 3분의 2가 진행되었을 때다. 바로 개츠비의 비운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나는 역시 인간의 몰락에 관심이 있었다. 그때부터는 거의 창작에 견줄 만한 몰입과 집중력으로 개츠비를 따라갔다. 그의 비극에 내가 일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과 인간이라는 종種으로서의 공감으로 마지막 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내가 지배적으로 느낀 감정은 애도였다. 중류수 같은 맑은 애도의 마음으로 그의 마지막 모습을 적어 내려갔다.
위대한 개츠비.
나는 이 제목을 늘 의심했다. 위대해? 누가? 개츠비가? 고개를 젓는다. 이 책을 처음 읽은 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나는 개츠비라는 이름 앞에 왜 ‘위대한’이라는 형용사가 필요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꿈과 사랑과 삶 속에서 자신을 활활 불태워 무로 돌아갈 수 있었던 그를, 일상과는 너무도 먼, 생활인과는 한참 떨어진 그를, 엄청난 그를 표현할 단어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맨 처음 ‘위대한’이라는 말을 썼는지 모르지만, 사실 나는 ‘대단한’이라는 형용사를 계속 생각했다. 위대한, 대단한, 얼핏 비슷한 뜻 같지만 어감의 차이는 만만치 않다. 대단한 개츠비, 어찐지 그를 놀
리는 것 같고 어쩌다 한 번 대단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느낌이다. 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찬사는 역시 ‘위대한’이 맞는 듯싶다.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부터 그토록 예찬했던 피츠제럴드를 이제야 제대로 만났다. 하루키의 말대로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책의 어느 페이지를 열어봐도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소설이라는 말 앞에서 작가로서 호기심 을 느꼈다.
과연 그러한가. 읽는 내내, 한글로 옮기는 내내 소름이 끼치기도하고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결정적 순간에 처 했을 때 인간이 선택하는 행동에 대해 나는 울렁중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질문에도 선뜻 확답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소설. 원래 소설은 답을 가르쳐주는 장르가 아니 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무엇보다 데이지와 조던은 나에게 흥미로운 여인상을 제 시해주었다. 톰도, 조던도, 주인공 닉도 탐나는 인물들이다. 이제 그들을 100년 묵은 곰팡내가 나는 책 속으로 다시 돌려 보내련다. 나는 내 인물들을 만나야 하니까. 한동안 개츠비와 그의 친구들이 내 머릿속을 배회할 것이다. 나쁘지 않다. 나와 나 바깥의 인간들도 개츠비처럼 완전한 고독을 몸에 두르고 자신의 존재를 완성시킬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 그리하여 위대한 인간으로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으니.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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