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시대에 수많은 여성 시인들이 있었고 그들이 남긴 시문집 또한 여러 권이나 되지만, 그들 가운데 규수 시인으로는 역시 허난설헌을 으뜸으로 꼽을 테고, 기녀(妓女) 시인으로는 황진이와 매창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여자가 인간답게 살기 힘들었던 그 시대였지만, 이귀(李貴) 같은 고관이라든가, 유희경(劉希慶) · 허균(許筠) 같은 시인들이 그를 제대로 알아주고 깊이 사귀었다. 사백 년 전의 그들뿐만이 아니라 요즘의 독자들에게도 그의 시를 읽어 주고 함께 아끼고픈 마음이 들었다.
개정판 『매창집』에서 가장 내세울 점은 부안지방에 대대로 살아오던 진주 김씨 문중에 전해왔던 필사본 『매창집』을 참조했다는 것이다. 김정환(金鼎桓 1774~1822)이 1807년에 필사한 이 시집에는 「등용안대(登龍安臺)」라는 시가 「정한순찰(呈韓巡察)」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창작 배경이라든가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전라관찰사 한준겸과 주고받은 시도 더 실려 있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