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말하다.
도시 공간 내에서 소통을 증진한다는 것은
사회의 다양한 결을 새로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결 역시 소통을 통해 마련되고 직조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소통, 즉 어슬렁거리고, 머무르고, 눈을 마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
도시를 볼 수 있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행 서적처럼 볼만한 것과 먹거리, 오락거리를 중심으로 볼 수도 있고, 인구, 경제, 산업 등의 정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볼 수도 있다. 역사나 이웃 도시 국가와의 지리적 관계, 기후나 자연환경 등을 보는 방법도 있다. 이 책, '말하는 도시'에서는 도시를 '소통'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일상의 시선과 그 시선으로 전달되고, 다시 구성되는 도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공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도시를 단순히 구획이 가능한 평면적 대상이 아닌 공간, 사람, 사물 등 다양한 요소가 우리 곁의 물과 공기처럼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입체적 조망의 대상으로 본다. 도시공간의 구성과 배치는 그 자체로서 그 도시의 시대와 맥락을 정의하는 역할을 하고 그에 맞추어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의식도 변화된다.
도시공간소통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공간과 사람, 공간과 공간 간의 '눈 맞춤' 즉 몰입의 시간이다. 어떤 식으로든 각 요소 간에 네트워크가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중부유럽의 브르노라는 도시를 프레임으로 이 도시가 가진 소소한 구조와 배치 그리고 동선이 어떻게 도시에 있는 주체들이 좀 더 소통하게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사실 도시공간소통에서 도시의 크기와 복잡한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 산다고 해도, 실제 우리의 삶이 대도시라는 거대한 단위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결코 전부 점유할 수 없는 메가시티보다는, 우리가 점유하는 일상 공간과 동선이라는 작은 단위로 시선을 좁혀서 접근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 동네 공간소통'과 같이 내 삶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주장한다.
각각 체코와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두 명의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생생한 사진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도시공간소통의 문제와 해법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