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이렇게 된’ 서른 살 이야기
“애가 왜 그 모양이니?”
바쁜 아침 허둥대며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이를 지켜보던 엄마가 나를 불러 세우며 하는 잔소리의 시작은 “너는 애가 왜 그 모양이니?”였다. 핸드폰이나 지갑을 두고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구겨진 옷을 그대로 입고 나가거나 가방 지퍼를 잠그지 않은 채 외출하려 할 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어김없이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란 말을 듣고 있다.
비단 엄마에게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이런 물음에 작가는 열 마디 수식어보다 그냥 나를 담고 있는 주머니 속을 보여주는 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렇게 생겨 먹은 이유를 ‘나’라는 주머니 속에 깊숙이 숨겨둔 비밀과 상처, 습관이나 물건, 감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라는 질문의 답변이다.
대개의 경우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는(생겨 먹는) 데에는 몇 개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책 <너는 왜 그렇게 생겨 먹었니>는 ‘내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작가가 딸부잣집의 막내로 태어나 자라면서 느낀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해, 그리고 학교 밖에서 만난 ‘관계’의 울타리에 대해, 마지막으로 어쨌든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임팩트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있고 찌질해 보이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히 나를 뜯어보려 한 작가가 어떤 감정들을 안고 현재의 ‘나’라는 주머니가 되어 가는지, 살아보니 이렇게 된 서른 살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생겨 먹었다는 것만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