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란 새로운 사물이나 인과관계를 의도한 것이 아닌데도 뜻밖의 방식으로 가설의 증거를 찾아내거나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능력 또는 행운이다”
‘우연’이 탄생시킨 과학사의 중요한 발견들은 모두 ‘세렌디피티(Serendipity)’와 연관되어 있다. 빅뱅 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는 물론, 유전자 물질, 방사선, 미생물, LSD, 다이너마이트, 전자레인지의 탄생, 그리고 비아그라의 예상치 못한 효능까지…. 그 이면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이한 현상에 대한 그 어떤 이론적인 설명보다 신기한, 우리가 운명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순수하게 과학적 호기심을 풀기 위해 개발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발견한, 미생물의 아버지 안톤 판 레이우엔훅(1674)을 비롯해, 마크네트론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파의 원리를 요리에 응용해 전자레인지를 개발한 퍼시 스펜서(1941), ‘소가 걸리는 천연두’에서 백신을 얻어 인류를 천연두의 공포에서 해방시킨 에드워드 제너(1796), 기적의 약 페니실린을 개발하고 생산의 한계에 부딪혔으나 썩은 멜론에서 대량생산의 해법을 찾아 수많은 사람을 구한 알렉산더 플레밍(1928), 미지의 광선인 X선을 발견해 의학계에 혁명적인 발전을 가져온 빌헬름 뢴트겐(1895), 방사선의 발견으로 핵물리학의 시작을 이끈 앙리 베크렐(1896), 빅뱅 이론의 첫 신호를 감지한 로버트 윌슨과 아노 펜지어스(1965), 맥박처럼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깜빡이는 펄서의 존재를 발견한 조슬린 벨 버넬(1967) 등의 이야기를 통해,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진 발견 같아 보여도 그 안에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혀 의도치 않았는데 의외의 결과로 위대한 결과물이 나온 경우도 있다. 혈압을 조절하고 편두통 치료를 돕는 분자를 연구하던 스위스의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1943)은 호밀에 기생하는 맥각균을 연구하던 중 혈압조절과 정반대 효과를 나타내는 환각제 LSD를 개발하게 되었다.
또한 남성들의 희망으로 떠오른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1996)의 탄생 역시 우연히 이루어졌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으나 임상실험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발기부전을 겪는 남성에게 희망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 3M에서 산업용 접착제 연구를 연구하던 스펜서 실버(1968)는 연구 중 우연히 발견한 남다른 접착제에 10년이나 매달린 끝에 포스트잇(Post-it)을 개발했다. 포스트잇은 이제 사무용품 시장을 뛰어넘어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심지어 대형 프레스코화를 만들기 위한 용도로 팝아트 분야에서도 자주 쓰이는 예술 도구가 되었다.
이런 물건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나 사용하는 방법, 대중이 그것에 열광하게 된 과정 모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세렌디피티는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는 분야에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과학적 발견들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사건이었다면, 과연 그것들이 세계가 발전하는 데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과연 인류는 현재의 문명과 기술에 도달할 운명이었을까? 또 다른 사소한 우연이 지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류를 인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인생의 여러 기회와 사건들이 우리를 다른 길로 향하도록 바꾼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우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연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우연이란 없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를 말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원인이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는가? 존재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든 철학적 사유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