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조선의 왕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대한제국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실상 정궁 역할을 했다. 이 궁궐의 책임을 맡았던 특별한 인연으로, 저자는 이곳에 깃든 특별한 사연과 안타까운 일화, 그리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아껴두었던 보석함을 열어 보여주듯 3부 14장으로 소개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저자가 창덕궁이 품은 역사적인 장면들을 창덕궁 발굴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소개하는 대목이다.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있던 부용정 지붕을 바로 잡고 전통 방식으로 복원해 낸 이야기, 직접 발굴한 부용지 권역의 우물을 「동궐도」에 기록된 모습과 비교·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비원’이라는 명칭이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내거나 바꾼 이름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원래 고종 대인 광무 7년(1903) 창덕궁 궁원을 관리하는 기구로 비원(秘院)을 두었는데, 다음해에 이 명칭이 비밀스러운 정원인 비원(秘苑)으로 바뀌었음을 언급하며 창덕궁 후원을 비원이라 칭한 주체는 대한제국임을 알린 것이다.
이밖에도 일제강점기에 끊어진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 복원공사의 역사적 의미를 언급한 부분과, 임진왜란 때 뽑혀 일본으로 반출된 와룡매의 후계목이 안중근의사기념관 앞으로 돌아온 사연과 마주할 때는 만감이 교차한다. 여기에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지 않은 곳으로 새 선원전과 순라길, 빙천 권역 등도 소개되는데, 저자가 제2의 옥류천 권역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소개한 빙천 권역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