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중독자 김나정, 10년 넘게 쓴 소설 비평집 『소설이 시간을 쓰는 법』
비평은 소설의 ‘그림자’다. 소설의 몸을 받아쓰며 그 몸짓을 따라 움직인다. 하여 소설과 비평은 한몸이다. 흔히 비평이 소설에 기생한다고 말하지만, 비평은 소설과 공생한다. 이 비평집은 그 공생과 공감의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문학평론가, 소설가이자 희곡작가이며 스스로를 ‘활자중독자’라 일컫는 김나정 작가가 10여 년간 쓴 여러 소설가의 문예지 발표 소설과 소설집 해설을 모아 소설 비평집 『소설이 시간을 쓰는 법』을 출간했다.
『소설이 시간을 쓰는 법』은 ‘시간’을 테마로 삼는다. 소설은 시간을 각별히 다룬다. 시간의 흐름=삶이라는 시점에서 시간은 소설의 주제가 되며, 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소설의 골격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비평집은 각각의 소설이 어떻게 시간을 부리며 소설 속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살핀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한다.
소설은 어떻게 시간을 받아쓰는가?
Part Ⅰ은 박민규, 김애란, 권여선, 황정은, 김경욱, 조해진, 고은주의 소설을 조목조목 살피며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귀를 기울인다. 지금 여기에서 작가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붙잡고 어떤 풀이과정에 골몰했는지를 함께 따라간다. 박민규와 김애란 소설에서 ‘웃음’이 갖는 의미, 권여선의 소설에 등장하는 시간이 동결된 ‘좀비’ 인물들, 황정은의 다른 현실을 여는 ‘환상’과 김경욱의 다시 쓰기 방법, 조해진이 골몰하는 소설의 윤리, 고은주 소설에 드러난 여성의 삶을 받아 적는다.
Part Ⅱ은 이순원의 소설의 변화양상을 ‘시간’을 중심으로 다뤘으며, 송하춘의 소설에 나타난 ‘간(間)’의 세계를 살핀다. 최수철이 ‘광기’를 다루는 방법, 복거일의 SF소설에 나타난 몸과 정신의 관계, 이병천의 소설이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과 송은일의 소설에 나타난 시간을 견디는 법을 살핀다. 또한 요즘 ‘노인’의 삶을 테마로 삼은 권채운의 소설에서 늙음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Part Ⅲ은 갓 태어난 소설가들의 첫 발자국을 좇는다. ‘폭력’의 의미를 다룬 김서련의 작품, 시간의 빈틈을 파고드는 김태선의 소설, 유연희의 소설이 열어놓은 삶의 지평, 오은희의 위로, 이서진의 쓸쓸함과 심봉순 소설의 몸부림과 열망, 김영옥 소설의 고적함을 주목한다.
김나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독서와 창작이 한몸이듯, 비평과 창작도 샴쌍둥이입니다. 다만 풀어내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한쪽이 구체성으로 승부를 건다면, 다른 쪽은 개념화하고 추상화합니다. 하지만 비평과 창작은 영판 다르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묻기 때문입니다. 북돋고 다그치고 귀기울여주는 사이라고 믿고 싶습니다”라고 비평집 출간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