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의 시오노 나나미. 그는 이미 국내에서도 수십만의 애독자를 거느리는 영향력 있는 작가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서사적 재능, 흥미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지적 능력, 그리고 인간. 인간성에 대한 적확한 직관은 읽는 이를 묘한 매력으로 물들게 한다. 더욱이 그의 작품에 베어 있는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소양에 고개를 끄덕일 때면 시오노 나나미라는 한 작가를 만난 것이 요즈음의 지적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라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서기 2006년까지 일년에 한 권씩 모두 15권에 이르는 장대한 로마제국 통사(通史)를 쓰겠다고 한 그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드디어 『로마인 이야기-현제의 세기』 9권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감수성이나 박진감 넘치는 SF적 상상력과는 거리가 먼 로마사 이야기가 왜 수십만의 독자들을 사로잡는지, 우리는 『로마인 이야기』9권을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현제의 세기'는 8권의 '위기와 극복' 다음에 이어지는 오현제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8권에서는 서기 68년 네로 황제의 죽음 이후 30년간의 로마제국 혼란기를 기록하고 있다. 베스파니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아누스를 거치는 짧은 기간 동안 로마제국은 직면한 위기를 수습하여 제 국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고, 게다가 '게르마니아 방벽' 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정책을 시행하여 로마제국이 번영으로 나아갈 기반을 쌓았다. 이 시기는 이후 로마가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오현제 시대'를 맞으며 최대의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고 작가는 말한 바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로마인의 지혜와 전략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라는 물음이 8권의 문제의식이었다면, 9권 '현제의 세기'에서는 로마 제국을 최전성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들 3현제의 세기를 동시대 로마인들은 왜 '황금 시대'라고 불렀는지, 그리고 후세는 왜 그들을 현제라고 칭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3현제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세 황제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