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도서출판 서광사에서 철학 고전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국 컨티뉴엄 출판사의 리더스 가이드 시리즈를 번역한 책들 중 23번째 책이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1943년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프랑스 실존주의의 출현을 알리는 저서로 2차 대전 후 혼돈되어 있던 세계 사상계에 한줄기의 빛을 주는 것으로서 받아들여졌다. 이후 거의 4반세기 가까이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전문 철학서로 이 책만큼의 출판부수를 올린 것은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입문』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사르트르를 가르치는 세바스찬 가드너(Sebastian Gardner)가 쓴 책이다. 사르트르의 텍스트는 여러 관점과 다양한 토픽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독자들은 텍스트의 전반적인 주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바스찬 가드너는 이점을 잘 알고 있기에 원저의 목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간결하고 명료하게 분석하여 『존재와 무』의 핵심 개념과 체계를 설명한다.
개론서로서 이 책이 갖춘 장점은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를 집필하기 시작할 무렵의 유럽의 철학적 사회적 배경을 살피고 현대철학의 맥락에서 어떻게 수용되는지를 설명하며, 다양한 관점과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자신의 해석을 과하게 강요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연구를 위한 물음’을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원저 『존재와 무』의 중요한 단어나 구절들을 인용할 때, 원저 불어판 페이지와 영어판 페이지 정보를 기입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국내 『존재와 무』 번역판 삼성출판사와 동서문화사의 페이지 정보도 함께 실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더 쉽고, 연구할 때 도움이 되게 하고자 하는 역자의 원의로 긴 작업과 노고를 거쳐 기입할 수 있었다.
바디우는 그의 글(‘The Adventure of French Philosophy’, New Left Review, 35, Sep?Oct, 2005, p.67.)에서 『존재와 무』를 프랑스 현대철학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아마도 『존재와 무』가 프랑스 철학 및 철학 일반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바디우 자신의 저서인 『존재와 사건』도 사르트르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르트르 이후 출현한 구조주의가 사르트르를 비판하고 그와 단절하면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그의 저작이 지닌 철학적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 따라서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는 존재와 (현대) 철학을 이해하고자 할 때 여전히 건너뛸 수 없는 주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주체에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하며 이 세계를 ‘무’와 ‘본원적 선택’의 영역으로 이해/구성하려 했던 사르트르의 철학을 이해하고, 나아가 (현대)철학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