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표 사진가들을 엄선해 그 생애과 작품을 소개하는 ‘열화당 사진문고’는 아담한 판형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한 권씩 사 모으는 재미를 붙였다는 분, 출근길이나 여행길에 펼쳐보며 위안을 삼는다는 분, 가까운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는 분 등, 이 문고판 사진집이 가진 매력은 특별하다. 비록 몸집은 작아도 그 구성은 전문적이고 알차다. 당대의 뛰어난 비평가나 문인이 쓴 작가론, 주요 작품들과 거기 덧붙여진 사진설명, 사진가의 전 생애를 정리한 연보까지 ‘사진예술의 작은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2017년 41번째권부터는 새로운 디자인과 제본으로 기존의 단점을 개선하고, 이후 출간되는 개정판과 신간에 이를 적용했다. 이번에 출간하는 『앙드레 케르테스』 개정판 역시 새 표지로 단장하고 오류 및 최신정보 등을 보완하여 다시 내놓는다.
앙드레 케르테스(André Kertész, 1894-1985)는 작고 휴대하기 편한 라이카가 독일에서 시판되기 시작한 직후인 1928년, 이 카메라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강렬하게 포착함으로써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후대 사진가들이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은 케르테스가 이미 해 놓은 것들이다”라고 할 만큼 현대 사진이 그에게 진 빚은 크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파리에서, 그리고 1936년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뉴욕에서 주된 활동을 하게 되지만, 케르테스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헝가리의 자연과 사람들을 언제나 마음에 새겨 두었다. 그의 사진이 지니는 강점은 이렇게 내밀한 순수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당대의 아방가르드 운동을 예견했거나 가로지르고 간 방식에 있다. 사진의 어떤 학파나 운동의 독단적 지위를 피했고, 사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직관이 이끄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또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냈으며, 사진의 진정한 가능성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이용한 현대 사진가였다. 그의 작품은 미묘하게 추상과 초현실주의, 구성주의와 휴머니즘 사이를 움직이는데, 이러한 케르테스의 시각적 진실에 대한 추구는 이후 혁신적인 시각언어의 창출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