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빼어난 시민 정신은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었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 사람들은 나라와 겨레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숨 걸고 공동체를 구하는 길에 나섰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즉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고 했다. 이름 없는 숱한 호남 민중들의 처절한 항쟁으로 일본 침략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반역향으로 낙인 찍혀 소외된 상황에서도 김덕령, 김천일, 고경명 세 부자 등 수많은 의병이 호남에서 분연이 일어섰다. (……)
호남은 근대화와 민주화, 그리고 인권 신장에 늘 앞장서왔다. 동학농민운동으로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 4·19 혁명과 그 도화선이 된 광주 3·15의거, 80년 5·18 광주항쟁은 물론, 70년대 반독재 유신반대 투쟁과 87년 6월 항쟁도 실은 광주와 호남에서 맨 먼저 시작한 것이었다.
호남은 정치 발전, 국정과 사회 개혁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민주 정부 수립은 호남의 선택과 기적 같은 열정적 참여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이 나라의 독립과 자존, 근대화와 민주주의, 인권 신장은 모두 호남 없이는 있을 수 없었다. 역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였고,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늘 한국 사회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경제는 침체되고, 민생은 갈수록 불안해지며, 개혁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반세기 이상 산업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호남의 경제적 낙후와 피폐는 해결 전망을 가지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이대로는 대한민국도 호남도 미래가 암울하다. 호남을 내버려둔 채 어찌 나라가 있겠는가.
이 난제들은 광주가 앞장서야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정의롭고 수준 높은 시민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 맨 앞 척후에 서고자 한다.
오직 하나의 슬로건으로.
호남이 없다면 어찌 나라가 있겠는가.
_‘머리말’에서